비료가 사라지면, 밥상이 바뀐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촉발된 비료 공급 위기가 전 세계 식량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 식탁까지 영향을 미칠 이 위기의 구조를 파헤친다.
전쟁은 총성이 멈춰도 끝나지 않는다. 가장 오래 남는 상처는 종종 밥상 위에서 드러난다.
2026년 2월 말, 이란과의 전쟁이 시작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됐다. 전 세계 원유 거래량의 약 20%, 액화천연가스(LNG)의 비슷한 비율이 이 좁은 수로를 통과한다.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이 해협을 통과하는 또 다른 화물이 있다. 바로 전 세계 국제 거래 비료의 약 3분의 1이다.
비료는 식량이다. 정확히는, 식량을 만드는 연료다.
세 가지 영양소가 무너지고 있다
옥수수, 밀, 쌀. 이 세 작물이 전 세계 식이 칼로리의 절반 이상을 공급한다. 이 작물들이 최대 생산량을 내려면 세 가지 핵심 영양소가 필요하다. 식물 성장을 돕는 질소, 뿌리 발달과 씨앗 형성에 관여하는 인산, 수분 보존과 단백질 함량을 높이는 칼륨이다.
호르무즈 봉쇄는 이 세 가지 모두의 공급을 동시에 흔들었다.
질소 비료 생산 원가의 70~90%를 결정하는 것이 천연가스다. 전쟁으로 천연가스 생산이 20% 감소했고, 가격은 최대 70% 치솟았다. 러시아는 자국 공급을 지키기 위해 질소 비료 원료인 질산암모늄 수출을 중단했다. 세계 최대 인산염 생산국인 중국은 인산염 수출을 막아 전 세계 공급량의 25%가 사라졌다. 칼륨 비료의 주요 원료인 칼리(potash)는 이미 벨라루스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로 수년째 공급 부족 상태였다.
그 결과, 미국에서는 전쟁 발발 후 한 달 만에 일부 비료 가격이 40% 이상 상승했다.
타이밍이 전부다
비료 문제가 단순히 '비싸졌다'는 수준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농업의 시간표 때문이다. 옥수수 같은 곡물은 초기 성장기에 질소의 대부분을 흡수한다. 비료 투입을 10~15% 줄이거나 2~4주 늦추기만 해도 옥수수 수확량은 10~25% 줄어든다.
2026년 3월 중순, 미국의 비료 재고는 정상 수준의 75%에 불과했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미국 옥수수 벨트 농가들이 봄 파종을 위해 첫 비료 투입을 시작하는 때다. 돈이 있어도 비료가 없으면 해결이 안 된다. 정부 보조금과 융자 보증이 비용을 보전해줄 수는 있어도,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비료를 제때 공급할 수는 없다.
농민들은 이미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비료를 줄여 수확량을 감수하거나, 비료가 덜 필요한 대두로 작물을 바꾸거나, 아예 경작 면적을 줄이거나. 어느 쪽이든 옥수수 공급은 줄어든다.
밥상까지 오는 데 걸리는 시간
식량 가격 상승은 즉각적이지 않다. 하지만 반드시 온다.
옥수수 가격이 오르면 가축 사료비가 오른다. 사료비가 오르면 닭고기, 돼지고기, 소고기 가격이 뒤따른다. 2012년 미국 중서부 가뭄으로 옥수수 수확량이 13% 감소했을 때, 미국 가금류 가격은 20% 올랐다. 비교적 가공이 적은 옥수수 토르티야나 팝콘 같은 식품은 수개월 내 가격이 반영된다. 닭고기나 시리얼류는 조금 더 걸리고, 소고기는 사료 구매부터 소비자 판매까지 단계가 많아 가장 늦게 반영된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은 옥수수, 밀, 대두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국제 곡물 가격이 오르면 국내 식품 원가가 오르고, 이는 라면, 빵, 과자, 육류, 가공식품 전반에 걸쳐 파급된다. 고과당 옥수수 시럽(HFCS)을 사용하는 음료와 소스류도 마찬가지다. 전쟁 이전 미국 농무부(USDA)가 예측한 2026년 전체 식품 가격 평균 상승률은 3.1%였는데, 이는 전쟁 이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수치다.
가장 먼저, 가장 크게 타격받는 사람들
식량 가격 상승의 충격은 모두에게 균등하지 않다. 저소득 가구일수록 소득 대비 식비 비중이 높기 때문에, 같은 가격 인상도 더 크게 느껴진다. 닭고기처럼 비교적 저렴한 단백질원조차 정기적으로 구매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현재 3억 명 이상이 이미 충분한 식량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중동 분쟁이 2026년 중반까지 이어질 경우 추가로 4,500만 명이 식량 부족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도와 브라질의 2026년 작물 수확량은 이미 평년 이하로 전망되고, 동아프리카 농가들은 위기 이전부터 비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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