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가 비싼 진짜 이유, 건축법규에 숨어있다
미국 주택난의 숨겨진 원인은 용도지역제가 아니라 복잡한 건축법규. 아파트를 상업건물처럼 규제하는 시스템이 주택 공급을 막고 있다.
100년 넘게 미국 도시계획은 아파트 건설을 사실상 금지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그런데 지금 주택 공급 부족 해결을 위해 용도지역제 개혁에만 집중하고 있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건축법규다. 아파트를 짓겠다고 허가를 받아도, 실제로는 건설비가 너무 비싸서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아파트는 왜 상업건물 취급을 받나
테네시주 멤피스의 개발담당 존 지나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3가구 이상이 들어가는 건물은 모두 상업건물로 분류된다. 아파트인데도 말이다.
단독주택과 듀플렉스(2가구 주택)는 주거용 건축법규를 적용받지만, 트리플렉스(3가구)부터는 갑자기 "공항이나 경기장을 짓는 것과 같은" 상업용 법규를 따라야 한다.
결과적으로 미국에서는 다가구 주택을 짓는 비용이 단독주택보다 평방피트당 훨씬 비싸다. 이는 다른 선진국과 정반대 현상이다. 보통은 규모의 경제 때문에 아파트가 더 저렴해야 하는데 말이다.
스프링클러 하나가 사업을 망친다
안드레 존스라는 소규모 개발업자의 사례가 이 문제를 잘 보여준다. 그는 멤피스에서 4가구짜리 소형 아파트를 지으려 했지만,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때문에 사업을 포기할 뻔했다.
문제는 비용이다. 스프링클러 시스템은 설치비만 수십만 달러가 들고, 지속적인 유지보수 비용도 만만치 않다. 3가구 건물이 대형 단독주택과 비슷한 규모인데도, 전혀 다른 기준을 적용받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2009년부터 신축 단독주택에도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거의 모든 주에서 이를 면제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아파트에는 왜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걸까?
계단 2개 때문에 비싸지는 건설비
미국에서는 3층 이상 아파트에 계단을 2개 설치해야 한다. 화재 시 대피로 확보를 위해서다. 하지만 이 때문에 건설비가 수십만 달러 늘어나고, 실제 거주 공간은 줄어든다.
유럽이나 시애틀, 뉴욕 등에서는 계단 1개로도 안전하게 아파트를 짓고 있다. 오히려 계단 1개짜리 건물이 더 넓고 채광이 좋은 가족용 아파트를 만들기 쉽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엘리베이터가 3배 비싼 나라
미국과 캐나다의 엘리베이터는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 유럽보다 3배 가까이 비싸다. 이유는 규제 때문이다.
미국 엘리베이터는 유럽보다 2배 커야 한다. 7피트 들것이 평평하게 들어가고 휠체어가 360도 회전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유럽은 휠체어와 사람 한 명이 함께 탈 수 있으면 충분하다고 본다.
20년 전 들것 크기를 6피트 4인치에서 7피트로 늘릴 때, 비용 영향은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비용 증가를 가져왔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한국도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소형 다가구 주택에 대한 과도한 규제, 복잡한 건축 인허가 과정이 주택 공급을 제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소규모 정비사업이나 리모델링 활성화 정책도 건축법규의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안전은 중요하지만, 과도한 규제가 오히려 주택 공급을 막아 더 위험한 낡은 건물에 사람들이 계속 살게 만드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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