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그세스가 대령까지 숙청하는 이유
미 국방부 장관이 대령급 인사까지 직접 개입해 밀리 전 합참의장과 연결된 인물들을 제거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인사 조치가 아닌 군의 장기적 궤도를 바꾸려는 시도다.
4천 명. 미군 육군에만 있는 대령의 수다. 그런데 국방부 장관이 이 중 한 명의 거취를 직접 챙기며 메모까지 주고받았다면?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펜타곤 회의에서 댄 드리스콜 육군장관에게 쪽지를 건넸다. 내용은 간단했다. "이 사람 왜 아직 안 잘랐나요?" 그 '사람'은 데이브 버틀러 대령이었다.
왜 하필 버틀러 대령이었나
버틀러 대령은 평범한 대령이 아니었다. 지난 12년간 육군 내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인물로, 마크 밀리 전 합참의장의 핵심 참모였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헤그세스와 트럼프는 밀리를 '반역자'라고 부르며, 트럼프는 심지어 밀리가 처형당해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밀리는 2020년 여름 라파예트 광장에서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킨 후 트럼프와 함께 걸은 것을 후회한다고 공개 발언했던 인물이다.
버틀러 대령은 바로 그 밀리의 측근이었다.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퍼레이드 조직부터 미국 전체 국방정책 결정까지, 주요 순간마다 그는 회의실에 있었다. 드리스콜과 랜디 조지 육군참모총장 모두 그의 조언과 경험, 그리고 그가 주도한 개혁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그를 위험하게 만들었다.
국방장관이 대령 인사에 개입하는 이상함
보통 국방장관은 전쟁 계획 수립, 300만 명 조직 관리, 핵무기 감독이 주 업무다. 대령급 중간 지휘관의 진급 여부까지 챙기지는 않는다. 1차 대전 이후 미군이 대규모 상비군을 유지하기 시작한 이래, 각 군종이 실력에 따라 진급을 결정해왔다.
그런데 헤그세스는 다르다. 취임 1년 만에 수십 명의 3성, 4성 장군을 해임하거나 좌천시켰다. 명확한 이유 없이, 오직 헤그세스의 신념에 대한 '불충성', 다양성 프로그램 지지 의혹, 또는 행정부가 적으로 간주하는 인물들과의 친밀함만을 근거로 말이다.
코리 샤케 미국기업연구소 외교국방정책 담당자는 이렇게 말했다. "국방장관이 자신보다 훨씬 아래 급의 사람들이 해야 할 일에 시간을 쓰고 있다. 그리고 오직 국방장관만이 할 수 있는 일은 하지 않고 있다."
드리스콜과의 권력 게임
헤그세스와 드리스콜의 관계는 복잡하다. JD 밴스 부통령의 측근인 드리스콜은 펜타곤에서 헤그세스의 라이벌로 부상했다. 성추행 의혹과 음주 문제, 관리 부실 논란 속에서 험난한 인준 과정을 거친 헤그세스와 달리, 드리스콜은 깔끔한 이미지로 의회에서 동맹을 확보했다.
헤그세스가 내부 숙청과 카리브해 마약선 공격에 집중하는 동안, 드리스콜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재 노력에 참여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오늘도 그는 제네바에서 스티브 위트코프와 재러드 쿠슈너 특사와 함께 이 임무를 수행 중이다.
지난해 헤그세스가 버틀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후에도, 드리스콜과 조지는 버틀러를 측근에 두었다. 이는 단순히 버틀러 개인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부대를 누가 이끌지 결정할 권한을 지키는 문제였다.
하지만 지난 목요일 헤그세스와 드리스콜의 또 다른 회의 후, 드리스콜은 결국 헤그세스의 명령에 따라 버틀러를 제거했다.
10년 후를 내다보는 전략
버틀러의 축출 소식이 군 공보 커뮤니티에 퍼지자, 헤그세스가 원하던 효과가 나타났다. 관계자들은 헤그세스를 화나게 할까 두려워하기 시작했고, 동시에 이런 개입이 군이 지휘관들에게 가르치는 원칙과 정면으로 모순된다고 봤다. 강한 리더는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집중하지, 다른 사람의 역할까지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전직 국방 관계자는 말했다. "헤그세스의 결정은 군의 장기적 궤도를 바꾸려는 더 큰 노력의 일환이다. 대령급에 개입함으로써 헤그세스는 3년, 5년, 7년, 심지어 10년 후의 군을 재편할 수 있다."
이런 정치적, 개인적 감정에 따른 장교급 미세 관리는 군을 더욱 양극화시키고, 미국의 마지막 초당적 기관 중 하나인 군의 지위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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