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을 몇 달간 저장하는 기술, 드디어 현실이 될까
캘리포니아 연구팀이 분자 태양열 저장 기술의 획기적 돌파구를 마련했다. 수십 년간 '차세대 기술'로만 불렸던 MOST 기술이 상용화에 한 걸음 다가섰다.
48%의 에너지 수요가 난방에 쓰인다
전 세계 에너지 수요의 거의 절반이 난방에 사용된다. 그리고 그 3분의 2는 천연가스, 석유, 석탄 같은 화석연료를 태워서 얻는다. 태양광 전기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저장할 수 있지만, 태양열을 며칠, 몇 주, 몇 달간 보관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산타바버라 캠퍼스와 UCLA 연구팀이 최근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논문이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십 년간 '차세대 기술'로만 불렸던 분자 태양열 저장(MOST) 기술에서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분자 속에 햇빛을 가둔다는 아이디어
MOST 기술의 핵심은 간단하다. 태양 에너지를 분자의 화학 결합 속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열로 방출시키는 것이다. 마치 스프링을 압축해두었다가 나중에 튕겨내는 것처럼, 분자 구조를 변화시켜 에너지를 '잠재워두는' 방식이다.
이론적으로는 완벽했다. 배터리처럼 자연 방전되지도 않고, 물리적 저장 공간도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기존 MOST 시스템들은 효율이 낮거나, 분자가 불안정하거나, 상용화하기에는 너무 복잡했다.
연구팀이 이번에 제시한 해결책은 새로운 분자 설계에 있다. 기존보다 안정성을 높이면서도 에너지 저장 밀도를 크게 개선했다고 밝혔다.
한국 에너지 정책에 미칠 파장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4%에 달한다. 특히 겨울철 난방비 부담은 매년 사회적 이슈가 된다. MOST 기술이 상용화되면 여름철 풍부한 태양열을 겨울까지 저장해 난방에 활용할 수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관계자들은 이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 태양열 저장 방식은 대용량 물탱크나 축열재가 필요했지만, MOST는 공간 효율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아파트 단지나 상업 건물에서도 적용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하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한국 화학업계의 한 전문가는 "MOST 기술은 지난 30년간 계속 '5년 후 상용화' 소리만 들었다"며 "이번에도 실험실 성과가 실제 산업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글로벌 에너지 저장 시장의 판 바뀌기
현재 글로벌 에너지 저장 시장은 리튬이온 배터리가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MOST 기술이 성숙해지면 게임의 룰이 바뀔 수 있다. 특히 장기간 저장이 필요한 산업용 열에너지 분야에서는 기존 기술을 완전히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같은 한국 배터리 기업들도 이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는 전기 저장, MOST는 열 저장으로 역할이 다르지만, 에너지 저장 시장 전체의 생태계가 바뀔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연합은 이미 MOST 기술 연구에 대규모 투자를 시작했다. 중국도 관련 특허 출원을 늘리고 있다. 한국이 이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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