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대학을 집어삼킨다면, 교육의 본질은 어디로 갈까
AI가 대학 교육의 모든 영역에 침투하면서 '학습'의 의미가 흔들리고 있다. 기계가 지식 생산을 대체할 때 대학은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할까?
10년 뒤, 당신의 자녀가 대학에 입학할 때 교수는 AI이고 과제 피드백도 AI가 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여전히 4년간수천만원을 들여 대학에 보내야 할까?
지금까지 AI와 대학 교육을 둘러싼 논의는 주로 ‘부정행위’ 문제에 집중됐다. 학생들이 ChatGPT로 과제를 대신 쓰는 것, 교수들이 이를 어떻게 탐지할 것인가 하는 문제 말이다. 하지만 진짜 변화는 이미 더 깊은 곳에서 시작됐다.
대학가에 스며든 AI의 세 가지 얼굴
매사추세츠대학교 보스턴캠퍼스와 신기술윤리연구소가 8년간 공동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대학에서 사용되는 AI는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첫 번째는 ‘비자율 AI’다. 입학 심사, 학사 상담, 위험 학생 식별 등에 이미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사람이 최종 결정을 내리지만, AI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추천안을 제시한다. 문제는 투명성이다. 어떤 기준으로 학생을 ‘위험군’으로 분류하는지, 편향은 없는지 알기 어렵다.
두 번째는 ‘하이브리드 AI’다. 학생들이 쓰는 AI 튜터, 교수들이 활용하는 강의계획서 생성 도구, 연구자들의 논문 요약 프로그램 등이 여기에 속한다. 사용자가 목표를 정하면 AI가 중간 과정을 알아서 처리한다.
여기서 윤리적 딜레마가 시작된다. 학생이 AI의 도움을 받아 과제를 제출하고, 교수도 AI가 생성한 피드백을 주면, 과연 누가 누구를 평가하는 걸까? 피츠버그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이런 상황은 학생들에게 불안감과 불신을 안겨준다.
세 번째는 ‘자율 에이전트’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스스로 실험을 설계하고 수행하는 ‘연구자 AI’의 등장이 현실화되고 있다. 일부 로봇 실험실은 이미 24시간 연속으로 실험을 진행하며, 이전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테스트를 자동으로 선택한다.
한국 대학가의 현실은?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대학교는 AI 기반 학습 분석 시스템을 도입했고, 연세대학교는 AI 튜터링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이다. KAIST는 아예 AI대학원을 신설해 관련 인재 양성에 나섰다.
하지만 한국 특유의 문제도 있다. 입시 위주 교육 환경에서 AI가 ‘정답 찾기’를 더욱 쉽게 만들면, 창의적 사고나 비판적 분석 능력은 더욱 위축될 수 있다. 이미 일부 학원에서는 AI를 활용한 맞춤형 문제 풀이 서비스가 등장했다.
대학의 존재 이유를 묻다
연구진은 핵심 질문을 던진다. “기계가 지식 노동을 대체할 수 있다면, 대학은 왜 존재해야 하는가?”
두 가지 답이 가능하다. 첫 번째는 대학을 ‘학위와 지식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보는 관점이다. 졸업생이 나오고 논문이 발표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AI가 더 효율적이라면 적극 도입해야 한다.
두 번째는 대학을 ‘인재 양성 생태계’로 보는 관점이다. 초보자가 전문가가 되는 과정, 멘토링을 통해 판단력을 기르는 구조,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는 교육 설계 자체에 가치를 둔다.
문제는 AI가 후자의 가치를 위협한다는 점이다. 대학원생들이 연구 보조 업무를 통해 전문성을 쌓는 전통적 경로가 AI로 대체되면, 미래의 연구자는 어떻게 양성될까? 학부생들이 어려운 과제를 AI에게 맡기면, 진짜 학습은 언제 일어날까?
인지심리학 연구는 명확하다. 학생들은 초안 작성, 수정, 실패, 재시도, 혼란과의 씨름, 약한 논리의 보완 등을 통해 지적으로 성장한다. 이런 ‘비효율적’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학습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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