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15년, '교훈'이라는 이름의 망각
후쿠시마 핵 사고 15주년. 국제 원자력 기구가 말하는 '교훈'의 이면에는 16만 명 피해자의 현재진행형 고통이 지워지고 있다. 누구를 위한 서사인가?
한 어머니가 조용히 말했다. "정부는 '복구와 재건'이라는 슬로건을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자발적으로 피난한 우리에게 위험 지역으로 돌아오라고 압박합니다. 후쿠시마 사태를 비판하는 어머니들은 '비애국자'라고 불립니다."
2011년 3월 11일로부터 정확히 15년이 지났다. 그러나 그녀에게 후쿠시마는 '과거의 사건'이 아니다.
'교훈'은 누구의 것인가
후쿠시마 다이이치 원전 사고는 체르노빌과 달랐다. 소련의 폐쇄적 체제 아래 벌어진 비극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국가 일본에서 일어난 재앙이었다. 국제 원자력 사회는 충격을 받았고, 곧 분주하게 움직였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글로벌 안전 기준을 개정했다. 캐나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예상치 못한 일에 대비하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교훈이라고 선언했다.
이 서사는 매끄럽다. 재난이 발생했고, 교훈을 얻었고, 핵에너지는 더 안전해졌다. 문제는 이 서사가 누구를 위해 작동하는가이다.
프랑스 연구자 로맹 모렐이 저서 『방사성 거버넌스: 후쿠시마 이후 일본의 부흥의 정치학』에서 지적하듯, '교훈' 담론은 핵 재난을 '유용한 경험'으로 전환시킨다. 참사는 산업의 신뢰성을 높이는 기회가 되고, 피해자의 현재는 서사에서 사라진다. 재난이 '과거'로 처리될수록, 피해는 '과장된 루머'로 격하된다.
지워진 얼굴들
16만 명 이상이 강제 대피했다. 임시 주거 시설의 작은 목조 막사에서 자란 아이들이 있다. 방사선으로 인한 갑상선암 증가를 우려하며 자녀의 건강을 걱정하는 어머니들이 있다. 방사성 오염이 농산물 기피와 관광 감소를 불러오면서, 수대에 걸쳐 물려받은 농지를 잃은 농민들이 있다. 방사성 오염이 만들어낸 이별, '원자력 이혼'이라 불리는 현상도 나타났다.
귀환에 성공한 이들이 마주한 것은 '유령 도시'였다. 사람이 떠난 자리에서 지역 공동체의 사회적 유대는 이미 해체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공식 행사의 마이크는 다른 이들에게 돌아갔다. 연구자가 직접 참석한 '동일본대지진 5주년 부흥 포럼'에서 연단에 선 것은 후쿠시마 출신 유명 바이올리니스트, 전통 장인, 농업 종사자들이었다. 이들은 '유해한 루머'를 극복하고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진실이 아닌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이 자리를 기획한 것은 부흥청이었고, 장기 피난이나 잔류 방사선 위험을 주장하는 주민들은 공식 심포지엄에 초대받지 못했다.
'우리'라는 단어의 정치학
'교훈' 담론이 즐겨 쓰는 단어가 있다. '우리(we)'다. "우리가 배운 것은…", "우리는 더 잘 대비하게 되었다." 문화인류학자 빈센트 이알렌티는 이 균질화된 '우리'가 인류 전체를 대변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핵 산업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비판한다.
일본어로는 '와레와레(われわれ)' 혹은 '미나상(みなさん)'이다. 국가 서사가 선호하는 이 포용적 호칭 안에, 피난민의 목소리는 포함되지 않는다. '우리'가 공유하는 교훈을 말할 때, 그 '우리'에서 배제된 이들이 존재한다.
한국의 맥락에서 이 문제는 낯설지 않다. 한국 정부는 현재 원전 확대 정책을 추진 중이며, 체코·폴란드 등에 원전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강화된 안전 기준을 준수한다고 밝힌다. 그러나 '교훈'이 기술적·관리적 개선에만 집중될 때, 재난 이후 공동체의 해체, 피해자 서사의 정치적 관리, 귀환 압박이라는 문제는 어느 나라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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