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일본 압박, 동남아시아에 보내는 경고 신호
중국이 일본 방산업체에 가하는 제재가 동남아시아 공급망에 미치는 파급효과와 중소국가들의 딜레마를 분석한다
베이징이 일본 방산 관련 기업들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대부분 언론은 이를 양국 간 갈등으로만 다뤘지만, 실제 파장은 훨씬 광범위하다. 바로 동남아시아까지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얽힌 공급망, 피할 수 없는 선택
중국의 제재 대상이 된 일본 기업들은 단순히 일본에서만 사업하는 회사가 아니다. 이들은 동남아시아 전역에 걸쳐 복잡한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미쓰비시 중공업, 가와사키 중공업 같은 기업들이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의 협력업체들과 맺은 관계는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것이다.
문제는 이제 이들 동남아시아 기업들도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는 점이다. 중국과의 거래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일본 파트너와의 관계를 지킬 것인가?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태국의 한 부품 제조업체 임원은 익명을 조건으로 "우리는 일본 기업과 20년 넘게 일해왔지만, 중국 시장도 포기할 수 없다"며 "어느 쪽을 선택하든 큰 손실"이라고 토로했다.
미중 갈등 속 작아지는 중간지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지금까지 유지해온 전략은 '헤징(hedging)'이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양쪽 모두로부터 이익을 취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일본 제재는 이런 중간지대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세안(ASEAN) 회원국들은 공식적으로는 "비동맹" 원칙을 고수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개별 기업들은 이미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 미국과의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유지하려 하지만, 기업 차원에서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싱가포르 난양기술대학의 리밍장 교수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그동안 누려온 '전략적 모호성'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에게 주는 시사점
이런 상황은 한국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한국 기업들도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비슷한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한국 기업들의 선택지도 좁아지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이 동남아시아와 맺고 있는 경제적 관계다. 한국의 대(對)아세안 투자는 1,4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이 지역은 한국의 세 번째 교역 파트너다. 만약 동남아시아에서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된다면, 한국 기업들도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 할 시점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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