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변수가 바꿀 중국의 남미 전략
마두로 정권 몰락으로 중국의 '경제적 대체' 이론이 시험대에 오르다. 미국의 지정학적 반격이 중국의 글로벌 확장에 미칠 파장을 분석한다.
15배. 지난 20여 년간 중국이 남미에서 늘린 경제적 영향력의 규모다. 같은 기간 미국의 영향력은 절반으로 줄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에서 벌어진 최근 상황이 이런 판도를 뒤흔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프란시스코 우르디네스 교수가 제시한 '경제적 대체(Economic Displacement)' 이론이 현실에서 첫 번째 큰 시험을 맞고 있다. 중국-남미 관계 연구의 권위자인 그는 최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몰락이 중국의 남미 진출 전략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하고 있다.
20년간 역전된 영향력 지도
우르디네스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남미에서 일어난 변화는 극적이다. 그는 무역, 원조, 금융, 투자를 종합해 각국 GDP 대비 상대적 영향력을 측정하는 지수를 개발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2000년대 초 미국이 압도적 우위를 점했던 남미에서, 2020년까지 미국의 경제적 비중은 절반으로 축소됐다. 반면 중국의 영향력은 15배 증가했다. 이는 남미뿐 아니라 아프리카, 동남아시아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는 글로벌 트렌드다.
"단순한 아이디어지만 좋은 데이터 부족으로 현실화하기 매우 어려웠다"고 우르디네스 교수는 설명한다. 중국의 글로벌 참여에 대한 기존 지표들이 뒤처져 있고 품질이 낮아 정확한 측정이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가 던진 변수
그런데 베네수엘라 사태가 이런 구도에 균열을 만들고 있다. 중국이 수백억 달러를 투자한 베네수엘라에서 마두로 정권이 무너지면서, 중국의 '경제적 대체' 전략이 지정학적 위험에 얼마나 취약한지 드러났다.
베네수엘라는 중국의 남미 진출에서 핵심 거점이었다. 석유를 담보로 한 대규모 차관과 인프라 투자를 통해 중국은 카라카스와 긴밀한 경제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하지만 미국의 개입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이런 투자들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우르디네스 교수는 "이것이 중국의 경제적 진출이 이제 증가하는 지정학적 반발에 직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순수한 경제 논리만으로는 더 이상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패러다임의 전환점
베네수엘라 사태는 단순히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의 글로벌 확장 전략 전체에 시사점을 던진다. 경제적 영향력 확대가 자동으로 지정학적 안정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명확해졌다.
특히 한국 기업들에게도 중요한 교훈이다. 삼성, 현대, 포스코 등 한국 기업들도 남미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사태는 해외 투자에서 경제적 수익성만큼이나 정치적 안정성이 중요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해준다.
또한 중국의 일대일로(BRI) 정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경제적 파트너십이 지정학적 대립 앞에서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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