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밀어낸 자리에 중국이 들어서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과 그린란드 위협으로 소원해진 미국 전통 우방들이 중국과의 관계 재설정에 나서고 있다. 시진핑은 올해만 5명의 서방 지도자를 만났다.
올해 들어 28일 만에 중국 베이징을 찾은 서방 지도자가 벌써 6명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席이 맞이한 손님들은 이재명 한국 대통령,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페테리 오르포 핀란드 총리, 미힐 마틴 아일랜드 총리, 그리고 이번 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까지. 다음 달에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도 베이징행을 예정하고 있다.
이들 중 5명이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은 나라의 지도자다. 그런데 이들 모두 지난 1년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주의' 관세와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부품에 대한 추가 관세 폭탄을 맞았다.
트럼프가 만든 균열
특히 캐나다, 핀란드, 독일, 영국은 이달 트럼프의 그린란드 합병 욕심과 이를 막는다며 8개 유럽국가에 추가 관세를 때리겠다는 위협까지 받았다. 나토(NATO) 동맹국끼리 무역전쟁을 벌일 뻔한 상황이었다. 트럼프는 뒤늦게 이 위협을 철회했지만, 상처는 남았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이달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세계 질서에 균열이 생겼다"며 트럼프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어 캐나다 하원에서는 "미국에서는 이제 거의 아무것도 정상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카니의 베이징 방문은 2017년 저스틴 트뤼도 이후 처음이다. 그는 중국과 캐나다 농산물 관세 인하 합의를 이끌어냈다. 트럼프는 즉각 반발했다. "중국이 미국으로 물건을 보내는 '중계항'이 되려 한다면 크게 착각"이라며 캐나다에 100% 관세를 때리겠다고 위협했다.
중국의 새로운 세일즈 피치
중국은 이런 상황을 놓치지 않았다. 다보스에서 리허펑 중국 부총리는 트럼프가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나라가 됐다"며 다른 나라들도 미국을 따르라고 할 때, 정반대 메시지를 던졌다.
"경제 세계화가 완벽하지 않고 문제를 일으킬 수 있지만, 이를 완전히 거부하고 자립적 고립으로 후퇴할 수는 없다. 올바른 접근법은 대화를 통해 함께 해법을 찾는 것뿐이다."
리 부총리는 "특정 국가들의 일방적 행위와 무역 거래"가 세계무역기구(WTO) 원칙을 "명백히 위반하고 글로벌 경제·무역 질서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고 비판했다. 트럼프의 무역전쟁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베이징대 국제비즈니스경제대학 존 궁 교수는 "유럽 지도자들의 연이은 중국 방문은 글로벌 북반구도 중국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워싱턴에서 유럽을 향해 나오는 것들을 배경으로 유럽의 대중국 정책이 더 나은 방향으로 조정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빈 자리를 메우려는 중국
스웨덴 국립중국센터의 비요른 카펠린 분석가는 "중국은 미국발 혼란 속에서 안정적이고 책임감 있는 글로벌 행위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며 "유엔 체제와 글로벌 규칙에 대한 지지를 되풀이하는 것만으로도 특히 글로벌 남반구 국가들 사이에서 중국의 위상을 높이기에 충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의 매력에도 한계가 있다. 예일대 잭슨국제대학원의 핸스컴 스미스 전 미국 외교관은 "미국이 더 거래적이 되면 공백이 생기지만, 중국이나 러시아, 다른 어떤 세력도 그 빈 자리를 완전히 메울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며 "많은 나라들이 미국과 중국 모두와 좋은 관계를 원하고 선택을 강요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의 1조2000억 달러 무역흑자는 여전히 골칫거리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다보스에서 중국의 직접투자는 환영하지만 "대규모 과잉 생산능력과 왜곡된 관행" 형태의 덤핑 수출은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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