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사관이 페이스북에서 펼치는 '여론전'의 실체
4년간 400개 게시물 분석 결과, 중국이 필리핀 관리들을 개인 공격하며 남중국해 갈등에서 여론 조작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400개의 페이스북 게시물. 4년간 지속된 체계적인 메시지. 중국 주 마닐라 대사관이 소셜미디어에서 벌이고 있는 것은 단순한 외교적 소통이 아니다.
개인을 겨냥한 공격으로 전환
마르코스 행정부의 투명성 정책이 중국의 남중국해 행동을 공개하기 시작하자, 중국 대사관의 대응 방식이 달라졌다. 2022년 6월부터 2026년 1월까지 분석한 결과, 중국의 비난 대상이 '필리핀 정부'라는 추상적 개체에서 구체적인 개인으로 옮겨갔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2023년 이후다. 필리핀 해안경비대 대변인 제이 타리엘라 준장이 집중 타겟이 됐다. 2026년 첫 3주 동안만 중국 대사관은 그를 직접 언급하거나 겨냥한 게시물을 15차례나 올렸다. '거짓말쟁이', '중상모략', '대중 오도' 같은 표현이 반복됐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국가 차원의 분쟁을 개인의 신뢰성 문제로 바꾸는 전형적인 정보전 전술이다. 해상 충돌의 사실관계나 국제법 해석을 논하는 대신, 특정 인물의 인격과 동기를 의심하게 만드는 것이다.
반복으로 만드는 '정상화'
중국 대사관이 사용하는 단어는 놀라울 정도로 제한적이다. '불법'이라는 표현이 270회 이상, '도발'이 200회 이상, '소위'라는 표현이 100회 이상 등장한다.
'불법'은 필리핀이 자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하는 활동을 지칭할 때 쓰인다. 국제법상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반면 중국의 행동은 '법 집행' 또는 '권리 보호'로 포장된다.
'도발'은 인과관계를 뒤바꾼다. 중국이 먼저 강압적 행동을 하고, 필리핀이 이에 대응하면 '도발'로 몰아가는 식이다. 작은 국가일수록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보다 무고함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타이밍을 노린 메시지 조절
중국 대사관의 메시지 강도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매년 7월 - 2016년 중재재판소 판결 기념일 - 주변에는 게시물이 집중되고 법적 표현이 날카로워진다. '무효', '구속력 없음' 같은 표현이 의례적으로 반복된다.
반면 아세안 정상회의 기간에는 톤이 바뀐다. '대화', '협의', '지역 프로세스'를 강조하며 합리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지역이 주목하는 순간에는 평판 관리에 나서는 것이다.
미국이라는 서사적 장치
중국의 여론전에서 미국은 빠질 수 없는 요소다. 남중국해 분쟁을 '중국 vs 필리핀'이 아닌 '중국 vs 미국'의 구도로 만들어, 필리핀을 미국의 대리인으로 격하시킨다. 이는 필리핀의 주권적 결정을 외부 조종의 결과로 보이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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