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제 외교가 성공하고 있다
트럼프 2기 정부의 강압적 무역정책이 역설적으로 중국의 경제 영향력 확산을 돕고 있다. 완벽하지 않아도 작동하는 중국식 경제 외교의 실체를 분석한다.
12조 달러. 중국이 2025년 기록한 무역 흑자 규모다. 전년 대비 20% 증가한 수치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 폭탄을 쏟아내며 전 세계를 압박하는 동안, 정작 가장 큰 수혜자는 중국이 되고 있다.
미국이 동맹국과 경쟁국을 가리지 않고 관세를 부과하고, 대외원조를 삭감하며, 다자외교를 거부하는 사이, 각국은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그 대안이 바로 중국이다. 워싱턴의 강압적 정책이 역설적으로 베이징의 경제 외교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정교해지는 중국의 제재 전략
지난 20년간 중국은 비공식적이고 임시방편적인 방식으로 경제 제재를 가해왔다. 공개적인 위협 대신 기술 규제나 식품 안전을 빌미로 한 무역 제한, 또는 '애국적 소비자들'의 자발적 불매운동이라는 형태로 압박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중국의 접근법이 달라지고 있다. 새로운 법적 틀을 개발하고, 미국과 서방이 오랫동안 써온 정교한 공식 제재 수단을 차용하기 시작했다. 작년 10월 중국이 발표한 희토류 수출 통제가 대표적이다.
이번 조치는 중국산 희토류가 극소량이라도 포함된 제품과 장비를 외국 기업이 수출할 때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미국의 반도체 통제와 '해외직접제품규칙'을 그대로 베낀 듯한 모습이다. 중국이 이미 채굴·정제·제조 전 과정을 장악하고 있는 희토류 분야에서 글로벌 공급망 전체를 겨냥한 가장 포괄적인 제재였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이 여전히 '중국적 특색'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의도를 모호하게 만들고 완충 장치를 둬서 상대국이 협상을 통해 제재 해제를 시도할 여지를 남겨둔다. 실제로 지난 몇 달간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했다가 완화하기를 반복하며 불확실성과 함께 협상 의지를 자극했다.
당근을 늘리는 중국의 매력 공세
중국은 미국과 가까운 동맹국들에게는 채찍을 휘두르는 동시에, 나머지 세계에게는 당근을 늘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노골적으로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추출 산업에만 투자하고 개발·인도주의 프로젝트를 삭감하는 사이, 중국은 협력적이고 지원적인 글로벌 플레이어로 자신을 포장하고 있다.
작년 9월 유엔 총회에서 리창 총리는 2021년 도입된 '글로벌 발전 이니셔티브'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인공지능 확산과 청정에너지 접근성 확대, 특히 글로벌 남반구 국가들을 위한 다양한 중국 주도 펀딩 프로그램과 협력 사업들을 연결했다.
베이징은 이 이니셔티브를 유엔의 2030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 수단으로 포장하고 유엔 체계 내에 편입시켜 국제적 정당성과 가시성을 확보했다. 중국의 해외 경제 활동, 특히 '작지만 아름다운' 디지털·친환경 인프라 프로젝트들에까지 이런 정당성을 확장하는 전략이다.
이는 10년 전 야심차게 시작했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를 재브랜딩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파트너 국가들에서 부패와 과도한 프로젝트 비용에 대한 반발이 일자, 중국은 더 작은 규모의 협력적 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진 각국
중국의 경제력은 다른 국가들이 거부하기 어려운 제안을 만들어낸다. 특히 전기차와 핵심 광물 같은 전략 부문에서 중국 기업들은 국가 보조금과 수직 통합된 공급망의 도움으로 외국 경쟁사들을 압도했다.
태국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오랫동안 동남아시아 자동차 제조업의 중심지였던 태국은 2022년부터 중국 전기차 업체들을 유치하기 위해 보조금과 세금 혜택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BYD와 창안자동차로부터 1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확보해 두 개의 새로운 공장을 건설하게 됐다. 반면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2024년과 2025년 태국에서 오랫동안 운영해온 4개 공장을 폐쇄했다.
인도네시아의 니켈 산업은 더욱 극명한 사례다. 인도네시아는 모든 투자자에게 개방적이라고 공언하지만, 현실은 중국이 니켈 채굴과 가공을 독점하고 있다. 세계 최대 니켈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에서 이런 독점은 우연이 아니다.
2009년 광업법이 외국 기업의 지분을 줄이고 국내 소유권을 늘리도록 요구하고, 2020년 니켈 원광 수출을 금지하자, 미국·호주·유럽·일본 광업 회사들은 자산을 매각하고 공장 계획을 포기했다. 반면 중국 기업들은 산업단지와 제련 시설을 포함해 인도네시아 니켈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중국의 존재감이 이미 너무 커진 상황에서 인도네시아 시민들이 중국 시설의 열악한 근로 조건과 환경 피해에 불만을 표해도 현실적 대안은 없다. 게다가 인도네시아가 전기차 배터리 생산으로 가치사슬을 올라가려 할 때도 중국이 관련 산업의 지배적 위치를 유지할 것이 확실하다.
한국에게 던지는 질문들
중국의 경제 외교 성공은 한국에게도 중요한 함의를 던진다. 삼성과 SK하이닉스가 미국의 반도체 제재에 동참하면서 중국 시장에서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망을 무기화할 가능성은 한국 산업계의 큰 우려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CATL이나 BYD 같은 중국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온 같은 한국 기업들에게는 더욱 절실한 문제다. 중국이 인도네시아 니켈 산업을 장악한 것처럼, 배터리 원료 공급망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한국 정부도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완전히 단절할 수는 없는 현실 속에서, 중국의 경제 외교가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는 점은 새로운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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