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외교가 사업이 된 시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외교정책을 개인 이익 추구 수단으로 전환하며 국제질서에 미치는 파장을 분석한다
지난달 국무부가 전 세계 주재 미국 대사들에게 일괄 소환령을 내렸을 때, 많은 이들이 단순한 인사 교체로 여겼다. 하지만 이는 70년간 쌓아온 미국 외교 시스템의 해체 신호탄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기 행정부는 미국 외교정책의 근본 목적을 바꿔놓았다. 국가 이익 추구가 아닌, 대통령과 측근들의 개인적 부의 축적이 최우선 목표가 된 것이다.
외교부터 사업까지, 모든 것이 거래
외교정책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트럼프의 외교를 '거래적'이라고 평가해왔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진단이었다. 진짜 문제는 거래의 상대방이 미국 국민이 아니라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거래적 번들링'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갈등 해결, 경제 협상, 그리고 트럼프 측근들에게 이익을 주는 거래를 하나로 묶어 거대한 메가딜로 포장하는 것이다. 이렇게 복잡하게 얽힌 거래는 외부에서 감시하기 어렵다.
국가안보회의 직원 수는 바이든 시절 350명에서 100명 미만으로 급감했다. 국무부에서는 1,350명의 직업 외교관이 해고됐다. 수십 년간 해외 원조를 담당했던 미국국제개발처(USAID)는 아예 해체됐다.
부패방지에서 부패조장으로
더 충격적인 것은 미국이 수십 년간 구축해온 국제 부패방지 체계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1883년 펜들턴법 이후 미국은 실력주의 공무원제를 통해 정실인사와 부패를 막는 시스템을 발전시켜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딥스테이트'라며 적대시한다. 문제는 단순히 충성스러운 직원을 원하는 게 아니라, 외교정책 기구 자체를 무력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정치학자 스티븐 핸슨과 제프리 코프스타인은 이를 '세습적 물결'의 일부로 본다. 헝가리, 이스라엘, 러시아, 터키 등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적이고 민주적인 국가를 개인 권력의 연장선으로 바꾸려는 시도들이다.
한국에게 의미하는 것
이런 변화는 한국에게도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미국과의 외교가 더 이상 예측 가능한 국가 간 협상이 아니라, 트럼프와 측근들의 사업적 이익을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게임이 됐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의 미래도 불투명해졌다. 전통적인 안보 논리보다는 누가 트럼프에게 더 많은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느냐가 관계의 핵심이 될 수 있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이미 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대미 사업에서 새로운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 정부 간 합의나 제도적 보장보다는 개인적 관계와 로비가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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