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유럽 스타트업에 '투자 폭격'... AI 생태계 장악 전략일까?
엔비디아가 2025년 유럽 스타트업 14곳에 투자하며 전년 대비 2배 증가. 미스트랄, 레볼루트 등 유망 기업들을 품으며 AI 생태계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14곳. 엔비디아가 2025년 한 해 동안 투자한 유럽 스타트업 숫자다. 2024년 7곳에서 두 배로 늘었다. 2021년과 2020년에는 단 한 곳도 투자하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극적인 변화다.
AI 칩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가 이제 투자자로서 유럽 기술 생태계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단순한 돈놀이가 아니다. AI 시대의 주도권을 굳히려는 치밀한 전략이 보인다.
프랑스부터 영국까지, 가리지 않는 투자
엔비디아의 유럽 투자 리스트를 보면 다양성이 눈에 띈다. 프랑스 AI 연구소 미스트랄에는 17억 유로 규모 투자 라운드에 참여했다. 이 회사는 오픈AI와 구글에 맞서는 AI 모델을 개발하는 곳이다.
영국에서는 핀테크 유니콘 레볼루트의 750억 달러 밸류에이션에서 지분을 샀다. 데이터센터 업체 엔스케일에는 두 차례에 걸쳐 총 15억 달러 규모 투자에 동참했다.
독일에서는 기업 업무 자동화 플랫폼 엔에이트엔과 AI 영상 콘텐츠 개발사 블랙 포레스트 랩스에 투자했다. 양자컴퓨팅(퀀티넘), 바이오테크(참 테라퓨틱스), 반도체(신틸 포토닉스) 등 분야도 가리지 않았다.
돈만 주는 게 아니다
엔비디아의 투자는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선다. 기술 전문성과 공급망 지원까지 패키지로 제공한다. AI 스타트업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들이다.
모닝스타의 브라이언 콜렐로 선임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의 유럽 AI 기업 투자는 전 세계적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며 "여유 현금을 AI 생태계 전반에 재투자하는 방식"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2025년 전 세계적으로 86개 스타트업 투자 라운드에 참여했다. 유럽의 14곳은 그중 일부다. 하지만 비중이 급격히 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생태계 장악, 아니면 상생?
엔비디아의 움직임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긍정적으로 보면 AI 생태계 발전을 위한 선순환 투자다. 자신들의 칩을 더 많이 팔기 위해서라도 AI 스타트업들이 성장해야 한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있다. AI 인프라의 핵심인 칩을 독점하는 기업이 유망한 스타트업들까지 품으면서 생태계 전체를 통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특히 유럽에서는 미국 빅테크의 영향력 확산에 민감하다. 엔비디아가 유럽 AI 스타트업들의 주요 투자자가 되면서 기술 주권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할까
한국 입장에서도 남의 일이 아니다. 엔비디아는 이미 국내에서도 적극적인 투자와 협력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과는 파트너십을, AI 스타트업들과는 투자 관계를 맺고 있다.
문제는 엔비디아의 투자를 받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종속 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유럽 스타트업들이 엔비디아의 기술과 생태계에 깊숙이 얽히면서 독립성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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