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이 보여준 유럽의 딜레마, 중국 카드가 답일까
이란 공습에서 배제된 유럽, 미국 의존에서 벗어나 중국과의 균형외교로 지정학적 영향력 회복할 수 있을까. 새로운 글로벌 질서 속 유럽의 선택지를 분석한다.
워싱턴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습했을 때, 유럽은 사후 통보조차 받지 못했다. 70년 넘게 지속된 대서양 동맹의 핵심 파트너가 이렇게 소외되는 현실이, 오늘날 유럽이 마주한 지정학적 딜레마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대서양 동맹의 균열
이란 공습 결정 과정에서 유럽의 배제는 단순한 외교적 실수가 아니다. 이는 미국이 더 이상 유럽을 동등한 파트너로 보지 않는다는 신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 하에서, 미국은 전통적 동맹보다는 자국의 즉각적 이익을 우선시하고 있다.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 카야 칼라스는 "유럽은 더 이상 국제 무대에서 관객석에 앉아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군사력에서는 NATO에 의존하고, 에너지에서는 미국 LNG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유럽의 자율성은 제한적이다.
중국 카드의 유혹
이런 상황에서 일부 유럽 전문가들은 중국과의 관계 재정립을 제안하고 있다. 중국을 단순한 '체제 경쟁자'가 아닌 '균형 추' 역할을 할 수 있는 파트너로 보자는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이미 이런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제3의 극을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프랑스는 대만 문제에서 미국보다 온건한 입장을 취하며,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은 다른 입장이다.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올라프 숄츠 총리는 "가치 기반 외교"를 강조하며 중국과의 거리두기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와 홍콩 민주화 탄압에 대한 우려로 인해 독일 내 반중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현실적 제약과 기회
유럽이 중국 카드를 활용하려면 몇 가지 현실적 제약을 극복해야 한다.
첫째, 경제적 상호의존성이다. 중국은 이미 유럽의 2위 교역 파트너이며, 독일 자동차 산업의 30% 이상이 중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양날의 검이다. 경제적 레버리지가 될 수도 있지만, 중국의 경제 보복에 취약해질 수도 있다.
둘째, 가치관의 충돌이다. 유럽연합이 표방하는 민주주의, 인권, 법치주의와 중국의 일당독재 체제는 근본적으로 양립하기 어렵다. 이는 유럽 시민사회와 의회의 강한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셋째, 미국의 압박이다. 워싱턴은 이미 유럽 국가들에게 중국과의 관계를 제한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화웨이5G 장비 도입 금지,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 부과 등이 그 예다.
제3의 길은 가능한가
그렇다면 유럽에게 현실적인 대안은 무엇일까? 일부 전문가들은 '선택적 협력' 전략을 제안한다. 기후변화, 팬데믹 대응, 경제 협력 등 공통 이익이 있는 분야에서는 중국과 협력하되, 인권과 안보 문제에서는 명확한 선을 긋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경우 이런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BRI) 이니셔티브에서 탈퇴하면서도, 중국과의 경제 협력은 지속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압박을 피하면서도 중국 시장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현실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런 줄타기 외교가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미중 경쟁이 심화될수록 유럽에게 '중간 지대'는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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