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00억원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이더리움 급락으로 트렌드 리서치가 6,800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레버리지 투자의 위험성과 암호화폐 시장의 변동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6,800억원. 한국의 중견기업 1년 매출액에 해당하는 돈이 단 며칠 만에 증발했다. 주인공은 트렌드 리서치라는 트레이딩 회사다. 이들이 걸었던 20억 달러 규모의 이더리움 롱 포지션이 이번 주 암호화폐 폭락과 함께 완전히 무너졌다.
완벽했던 계획의 붕괴
리퀴드 캐피털 창립자 잭 이가 이끄는 트렌드 리서치는 지난 몇 달간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이더리움을 담보로 스테이블코인을 빌려 다시 이더리움을 사는 '루프 포지션'을 구축한 것이다. 아베(Aave) 같은 디파이 플랫폼에서 자금을 조달해 20억 달러 규모의 레버리지 투자를 완성했다.
작년 10월 이더리움이 4,000달러 아래로 떨어졌을 때도 이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곧 반등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은 그들의 예상과 정반대로 움직였다.
이달 들어 이더리움은 비트코인과 함께 급락하기 시작했다. 2월 4일 1,750달러까지 떨어지면서 2025년 4월 이후 최저점을 기록했다. 레버리지의 양날의 검이 목을 겨누는 순간이었다.
33만 개 이더리움의 긴급 매도
아캄의 데이터에 따르면 트렌드 리서치는 5일 동안 33만2,000개의 이더리움을 바이낸스로 보내 부채를 상환했다. 이는 당시 시세로 7억 달러(약 9,500억원) 규모다. 현재 이 회사가 보유한 이더리움은 고작 1.463개에 불과하다.
잭 이는 이를 "리스크 관리 차원의 조치"라고 해명했다. 그는 X(구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여전히 새로운 강세장에 대해 낙관적이다. 이더리움 1만 달러, 비트코인 20만 달러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숫자는 냉정했다. 회사가 입은 손실은 6억8,600만 달러(약 9,300억원)로 추산된다. 한국의 대표적인 중견기업인 동원시스템즈나 한화솔루션의 연간 매출액과 비슷한 규모다.
반복되는 레버리지의 함정
이번 사건은 암호화폐 시장에서 반복되는 패턴을 보여준다. 강세장에서 투자자들은 레버리지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려 하지만, 시장이 반전되면 그 레버리지가 독이 된다. 특히 '루프 포지션'은 암호화폐를 담보로 같은 암호화폐를 더 사는 구조여서 가격 하락 시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잭 이는 "변동성은 암호화폐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이라며 "역사적으로 수많은 강세론자들이 이 변동성에 흔들렸지만, 그 후에는 종종 배가된 반등이 따랐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이 토큰을 사기에 가장 좋은 시기라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레버리지 투자의 위험성이 다시 한 번 극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암호화폐 레버리지 거래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은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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