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를 막은 대가, 이제 치러야 할 때
코로나19 이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적극적 개입으로 경기침체를 막았지만, 그 부작용들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인플레이션, 자산 거품, 소득 불평등 심화까지.
2020년 3월, 전 세계 경제가 코로나19로 멈춰 섰을 때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사상 최대 규모의 돈을 풀어댔다. 미국 연준은 기준금리를 제로로 내렸고, 한국은행도 0.5%까지 인하했다. 정부는 재난지원금을 나눠주고 기업에 대출을 보장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예상됐던 대공황급 경기침체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그때 뿌린 씨앗들이 예상치 못한 열매를 맺고 있다.
성공의 그림자들
경기침체 방지 정책의 성과는 분명했다. 미국의 실업률은 14.8%에서 3.5%로 급락했고, 한국도 코로나19 직후 4.5%까지 치솟던 실업률이 2.7% 수준으로 안정됐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은 주식과 부동산 시장으로 몰렸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30% 이상 뛰었고, 미국 나스닥은 2배 가까이 올랐다. 돈을 가진 사람은 더 부자가 됐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더 큰 격차를 체감하게 됐다.
인플레이션도 문제였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한때 9.1%까지 치솟았고, 한국도 6.3%를 기록하며 24년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생필품 가격이 오르면서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은 늘어만 갔다.
출구 전략의 딜레마
이제 각국 중앙은행은 정책 정상화라는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다. 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둔화되고, 그대로 두면 인플레이션과 자산 거품이 더 커진다.
미국 연준은 2022년부터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렸지만, 여전히 완전한 연착륙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은행도 비슷한 고민에 빠져 있다. 가계부채 1,800조원이라는 폭탄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양날의 검이다.
더 큰 문제는 다음 위기에 대한 대응 여력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이미 막대한 부채를 진 정부들이 또 다른 경기침체가 오면 과연 같은 수준의 지원을 할 수 있을까?
새로운 균형점 찾기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경기침체 방지 정책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일부는 "당시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평가하지만, 다른 이들은 "미래를 담보로 한 근시안적 대응"이라고 비판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에서 "팬데믹 대응 정책이 경기침체를 막는 데는 성공했지만, 장기적 부작용에 대한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늘어난 정부부채와 가계부채가 향후 경제 정책의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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