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고가르시아 분쟁, 미중 패권경쟁의 새로운 전선
트럼프가 영국의 디에고가르시아 반환 협정에 격분한 이유. 인도양 한복판 군사기지를 둘러싼 지정학적 계산과 중국의 영향력 확산.
1,300마일 떨어진 아프리카 섬나라가 인도양 한복판의 미군 기지 운명을 좌우하게 됐다. 트럼프가 소셜미디어에서 "디에고가르시아를 내주지 마라!"고 외친 배경에는 단순한 영토 분쟁을 넘어선 복잡한 지정학적 계산이 숨어 있다.
영국이 포기하려는 '인도양의 진주'
디에고가르시아는 인도양 중앙에 위치한 68평방킬로미터 크기의 작은 섬이다. 하지만 이 섬의 전략적 가치는 크기와 반비례한다. 중동까지 몇 시간 비행거리에 있어 대형 폭격기 이착륙이 가능한 활주로와 항공모함, 핵잠수함이 정박할 수 있는 해군기지를 갖췄다.
영국은 1965년 차고스 제도를 모리셔스에서 분리해 영국령 인도양 영토로 만들었다. 당시 300만 파운드(현재 가치 약 1억 달러)를 보상금으로 지급했고, 모리셔스도 이를 수용했다. 문제는 1967년부터 1973년까지 원주민 1,000여 명을 강제 이주시킨 것이었다.
2019년 국제사법재판소는 차고스 제도 분리가 "탈식민지화의 실패"라고 판결했다.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는 이 판결을 근거로 2024년모리셔스와 반환 협정을 체결했다. 모리셔스가 주권을 갖되, 디에고가르시아만 99년간영국에 재임대하는 내용이다.
모리셔스, 중국의 든든한 파트너
문제는 모리셔스의 외교 행보다. 2019년 중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모리셔스는 아프리카에서 중국과 첫 FTA를 맺은 나라다. 화웨이가 아프리카 지역 허브로 선택했고, 중국이 공항 현대화, 댐 건설, 경기장 건설을 지원했다. 시진핑 주석이 2018년 직접 방문할 정도로 중국의 관심이 높다.
인도와의 관계도 밀접하다. 모리셔스의 국가안보보좌관과 해군사령관이 모두 인도 군 출신이다. 2015년모리셔스는 디에고가르시아에서 870마일 떨어진 아갈레가섬을 인도에 임대해 공군·해군기지로 개발하도록 했다.
협정에 따르면 모리셔스는 다른 차고스 제도 섬들을 제3국에 임대할 수 없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정보수집 기지를 건설해 베이징이나 뉴델리에 정보를 판매하는 것은 막을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트럼프의 계산법
트럼프는 "100년 임대는 기껏해야 불안정하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정작 미국 국무부는 이 협정을 지지해왔다. 트럼프 자신도 과거 협상 과정을 칭찬한 바 있어 그의 진짜 의도를 파악하기 어렵다.
카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이 "공식 정책"이라고 했지만, 이것이 미국의 거부권 행사를 의미하는지는 명확히 하지 않았다. 협정 발효에는 미국 동의가 필요하므로 트럼프가 원한다면 언제든 막을 수 있다.
영국 내에서는 트럼프의 반대가 스타머 총리에게 정치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스타머의 지지율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트럼프의 동맹인 나이젤 패라지가 이끄는 개혁당이 이 사안을 정부 무능의 증거로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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