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략석유비축량 바닥나자 유가 급등
이란 전쟁 우려로 유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미국 전략석유비축량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에너지 안보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미국의 전략석유비축량이 5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중동 전쟁 우려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에너지 안보의 마지막 보루가 사라진 상황에서 한국을 비롯한 석유 수입국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빈 창고가 된 미국의 비상금고
미국 전략석유비축량(SPR)은 현재 3억 5천만 배럴 수준으로, 1973년 오일쇼크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지난 2년간 1억 8천만 배럴을 시장에 방출한 결과다. 문제는 이 '비상금고'를 다시 채우기도 전에 새로운 위기가 찾아왔다는 점이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85달러를 넘어섰다. 시장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나리오까지 거론하며 100달러 돌파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평상시라면 미국이 비축유를 풀어 시장을 진정시켰겠지만, 이제는 그럴 여력이 없다.
한국 경제에 닥친 이중고
한국은 석유 수입 의존도가 95%에 달하는 대표적인 에너지 수입국이다. 유가 10달러 상승 시 연간 15조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는 게 정부 추산이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의 전략비축유 고갈로 '글로벌 완충장치'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현대오일뱅크, SK에너지 등 국내 정유업체들은 벌써 마진 확대 효과를 누리고 있지만, 제조업체들의 사정은 정반대다. 삼성전자, LG화학 같은 에너지 집약적 기업들은 원가 상승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 업계는 원료비 급등으로 2분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에너지 안보의 새로운 현실
미국의 전략비축유 고갈은 단순한 숫자 문제가 아니다. 1973년 이후 반세기간 유지해온 '미국이 마지막에 시장을 구해준다'는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중국은 이미 자국 비축량을 늘리고 있고, 유럽연합도 비상계획을 점검 중이다.
한국 정부도 9천만 배럴 규모의 국가비축유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는 약 100일치 소비량에 불과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권장하는 90일은 겨우 넘기는 수준이다. 더욱이 비축유 대부분이 두바이유, 쿠웨이트유 등 중동산 원유여서 지역 리스크에 취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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