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시위 4배 증가가 말하는 것
트럼프 재집권 1년, 미국 전역에서 4만여 건의 시위가 발생했다. 민주주의 위기 시 시민들은 어떻게 반응하는가?
트럼프 1기 집권 1년 동안 미국에서 약 1만 건의 시위가 일어났다. 2기 집권 같은 기간에는? 4만 건을 넘어섰다.
하버드대 에리카 체노웨스 교수팀이 집계한 이 수치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부분적 데이터만으로도 1천만 명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시위들의 핵심 주제는 "대통령직에 대한 우려", "민주주의", "이민" 순이었다.
민주주의는 정말 '추상적'인 이슈일까
정치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민주주의를 "너무 추상적"이라 평가해왔다. 카말라 해리스가 선거에서 진 이유 중 하나도 민주주의를 너무 강조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유권자들은 물가나 부패 같은 '현실적' 이슈를 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를 보여준다. 체노웨스 교수는 "미국에 성장하고 있는, 지속가능하며 규율 잡힌 민주주의 옹호 운동이 있다"고 분석했다. 일론 머스크를 정부에서 밀어낸 테슬라 테이크다운 운동부터 미니애폴리스의 반ICE 행동주의까지, 상징적 행진을 넘어선 구체적이고 의미 있는 행동들이 이어지고 있다.
브라질·한국·폴란드의 교훈
펜실베니아대학교에서 6개월간 민주주의 후퇴 대응 연구를 진행한 결과, 흥미로운 패턴이 발견됐다. 민주주의가 살아남은 나라들의 공통점은 바로 위협의 명확성이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의 브라질에서는 그의 노골적인 군부독재 찬양이 오히려 독이 됐다. 대법원이 "히틀러가 민선으로 당선된 후 어떻게 됐는지 기억하자"며 저항에 나섰고, 결국 보우소나루는 감옥에 갔다.
윤석열의 한국에서는 계엄령 선포라는 극명한 위협이 시민들을 즉각 행동에 나서게 했다. 국회의원들이 담장을 넘어 의사당에 진입하는 장면과 함께, 수천 명의 시민들이 장갑차 앞을 막아선 모습은 민주주의가 결코 '추상적'이지 않음을 보여줬다.
폴란드의 법과정의당(PiS)은 더 교묘했다.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모델을 따라 언론과 사법부를 서서히 장악했지만, 야당의 단결된 저항에 부딪혀 결국 권력을 잃었다.
한국에서도 가능한 시나리오일까
이런 패턴이 한국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한국은 이미 1980년대 군부독재를 시민의 힘으로 무너뜨린 경험이 있다. 윤석열 계엄령 사태 때도 그 '민주화 DNA'가 작동했다.
하지만 미묘한 형태의 민주주의 후퇴에는 어떨까? 언론 장악, 사법부 개입, 선거제도 조작 같은 '헝가리식' 접근에 대해서는 시민들의 경각심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이 클 때는 더욱 그렇다.
국내 정치권도 주목할 만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민주주의 수호'를 외치지만, 정작 상대방의 민주적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진정한 민주주의 수호는 정치적 경쟁자를 '적'이 아닌 '상대'로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서사의 힘
연구 결과가 시사하는 핵심은 '서사의 힘'이다. 민주주의 위기를 극복한 나라들의 공통점은 시민들에게 위협을 명확히 보여주고, 구체적인 행동 방안을 제시한 리더십이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가 ICE 요원들을 촬영하도록 독려하며 "권위주의자들은 당신의 침묵 속에서 번성한다"고 말한 것처럼, 추상적 구호가 아닌 구체적 행동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민주주의가 위험하다"고 외치는 것보다는,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이나 행동이 왜 문제인지, 시민들이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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