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업이 국방부에 '안 된다'고 말했다
Anthropic이 미 국방부의 AI 활용 요구를 거부하며 벌어진 갈등. 민간 기업이 정부에 제동을 거는 전례 없는 상황의 의미를 분석한다.
금요일 오후 5시 1분. 미국 국방부가 AI 기업 Anthropic에게 준 마지막 통첩 시간이었다. "AI 모델의 안전장치를 풀어라. 그렇지 않으면 계약을 파기하겠다." 하지만 Anthropic은 꿈쩍하지 않았다.
이 대결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하다. 민간 기업이 정부에게 "안 된다"고 말한 것이다. 그것도 국가 안보를 담당하는 국방부에게.
200억 원짜리 줄다리기
국방부는 지난해 7월 Anthropic, OpenAI, 구글 딥마인드, xAI 등 4개 AI 기업에 각각 최대 2억 달러(약 28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최첨단 AI를 군사용으로 활용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Anthropic 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국방부의 요구를 단호히 거절했다. 대량 국내 감시나 완전 자율 무기 시스템 같은 용도로는 자사 AI를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기술이 미군에 상당한 가치를 제공하고 있으니 재고해달라"고 맞받아쳤다.
뒤바뀐 권력 관계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기술 생태계가 근본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전 미 해군연구소장 로린 셀비 제독의 말이 핵심을 찌른다.
"2차 대전 이후 대부분의 시기 동안 미국 정부가 첨단 기술의 최전선을 정의했다. 핵추진부터 스텔스, GPS까지 국가가 발견의 주요 엔진이었고, 기업은 통합업체이자 제조업체였다."
하지만 AI는 이 모델을 뒤집었다. 이제 민간 부문이 최첨단 역량의 주요 동력이다. 정부 연구개발 구조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AI가 발전하고 있다.
한국에서라면?
한국 상황으로 치환해보자. 네이버나 카카오가 국방부에 "우리 AI는 특정 용도로 쓸 수 없다"고 선언하는 상황을 상상할 수 있을까? 아마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한국의 정부-기업 관계, 국가 안보에 대한 인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로벌 AI 경쟁에서 한국 기업들도 비슷한 딜레마에 직면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이 군사용으로 전용될 때, 어디까지 협력하고 어디서 선을 그을 것인가?
누가 이길까?
단기적으로는 AI 기업들이 유리해 보인다. 희소한 AI 인재와 독점적 모델을 보유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정부가 더 많은 카드를 쥐고 있다.
정부는 조달권, 수출통제권, 규제권을 갖고 있다. 벤처캐피털 스카우트 벤처스의 브래드 해리슨 대표는 단언한다. "정부와 일하고 싶지 않다면, 그들에게는 그 결정을 매우 어렵게 만들 방법이 많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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