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직접 기자 휴대폰을 뒤진다는 것
미 연방법원이 워싱턴포스트 기자 압수품을 직접 수색하기로 결정. 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는 판단. 언론 자유와 수사권의 새로운 균형점은?
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법원의 선언
미국 연방법원이 정부를 믿을 수 없다고 공식 선언했다. 적어도 기자의 취재원 보호에 관해서는. 윌리엄 포터 연방치안판사는 어제 워싱턴포스트 기자 한나 나탄슨의 압수된 기기들을 법원이 직접 수색하겠다고 발표했다. 법무부가 스스로 수색하는 것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결정의 배경에는 6주 전 FBI의 급습이 있었다. 나탄슨 기자의 버지니아주 자택에서 휴대폰과 컴퓨터 등을 압수해간 것이다. 문제는 정부 검찰이 수색영장 신청 과정에서 핵심 정보를 누락했다는 점이다.
40년 된 법을 '깜빡' 잊었다고?
포터 판사가 지적한 것은 1980년 제정된 언론 보호법이다. 이 법은 기자의 취재 자료에 대한 수색과 압수를 엄격히 제한한다. 하지만 정부는 수색영장 신청서에 이 법의 존재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법원이 이 법을 알았다면 영장 승인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고 포터 판사는 인정했다. 40년 된 법을 정부 검찰이 '실수로' 빼먹었다는 설명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가?
워싱턴포스트와 나탄슨 기자 측은 압수품의 즉시 반환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신 법원 주도의 수색 과정이 시작됐다. 정부가 열어보고 검토할 수 있는 권한은 즉시 취소됐다.
기자 vs 정부: 새로운 게임의 룰
이번 사건은 단순한 수사 과정의 문제가 아니다. 취재원 보호와 국가 기밀 수사 사이의 경계선을 다시 그리는 일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국가 기밀을 유출한 공무원을 찾아야 한다. 나탄슨 기자와 연락한 '정보 제공자'가 수사의 핵심이다. 하지만 기자와 언론사 입장에서는 취재원의 신원이 노출되면 향후 모든 취재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 부처의 내부 문건이 언론에 공개될 때마다 '누가 흘렸나' 수사가 시작된다. 기자들의 통화 기록이 압수되고, 취재원들은 입을 닫는다.
법원이 직접 나선 이유
포터 판사의 결정에서 주목할 점은 정부에 대한 불신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는 것이다. "정부가 스스로 수색하는 것을 신뢰할 수 없다"는 표현은 사법부와 행정부 사이의 긴장을 보여준다.
법원 주도 수색의 의미는 명확하다. 수사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료만 정부에 넘기고, 나머지는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기자의 모든 연락처, 취재 메모, 개인적 대화까지 정부가 들여다보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다.
이런 접근법이 다른 사건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언론인 대상 수사에서 법원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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