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스타인 파일 공개, 미국 대학가에 불어닥친 '돈과 윤리' 논란
성범죄자 엡스타인과 미국 대학 교수들의 이메일 공개로 캠퍼스 곳곳에서 시위와 사퇴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대학 기부금의 윤리적 기준은 어디까지일까?
3백만 건의 문서가 폭로한 '불편한 진실'
미국 법무부가 지난달 공개한 3백만 건의 엡스타인 관련 문서. 그 속에서 발견된 이메일들이 미국 대학가를 뒤흔들고 있다. 아이비리그부터 소규모 예술학교까지, 캠퍼스 곳곳에서 "우리 교수가 그 명단에 있다"는 대자보가 등장했다.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교수들 간의 이메일이 공개되면서, 학생들과 동문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단순히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고 범죄에 연루된 건 아니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14-25세 소녀들" 전시회 제안에 "흥미롭다" 답한 교수
뉴욕 시각예술학교(SVA)의 데이비드 로스 교수는 2월 3일 사퇴했다. 엡스타인이 2009년 그에게 보낸 이메일 때문이었다. "법정 강간죄(Statutory)"라는 제목의 전시회를 제안하며 "14-25세 소녀와 소년들을 주제로 하되, 실제 나이와 전혀 달라 보이는"이라고 설명한 엡스타인. 로스는 "당신은 정말 대단해요. 매우 강력하고 기괴한 책이 될 거예요"라고 답했다.
학생들은 직접 행동에 나섰다. "당신의 선생님 중 한 명이 그 파일에 있다"는 대자보가 캠퍼스 곳곳에 붙었고, 학교 측은 이를 제거했다고 익명의 학생이 증언했다.
UCLA의 마크 트라모 신경학과 교수는 더 큰 논란에 휩싸였다. 그의 해임을 요구하는 청원에 1만 명 이상이 서명했다. 2017년 엡스타인에게 보낸 "신생아가 엄마 목소리를 들려주는 젖꼭지를 더 세게 빤다"는 연구 내용이 엡스타인의 소아성애 맥락에서 해석되면서다.
기부금 앞에서 흔들린 윤리적 기준
트라모 교수는 엡스타인으로부터 "제프리 엡스타인 중환아 뇌발달 프로젝트"를 위해 50만 달러 지원을 요청했다. 결국 성사되지 않았지만, 2017년 10만 달러를 기부받았다. 그는 "기부금에만 집중했을 뿐, 그의 성향은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학생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문제는 돈의 출처를 묻지 않는 대학 문화다. 한 UCLA 동문은 "교수가 학생 정보를 엡스타인과 공유하고, 부적절한 답변을 받고도 계속 관계를 유지한 것은 신뢰를 배신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국 대학가도 자유로울까
이 사건이 한국 독자들에게 남의 일만은 아닌 이유가 있다. 국내 대학들도 기업 기부금과 해외 후원자들의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 현대, LG 등 대기업은 물론, 해외 재단의 연구비도 적지 않다.
기부자의 배경을 얼마나 철저히 검증하고 있을까? 기부금 규모가 클수록 묻고 따지지 않는 관행은 없을까? 한국 대학들의 기부금 투명성 기준도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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