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GDP 강박' 포기, 지방정부는 혼란 중
중국 중앙정부가 경제성장률보다 민생을 우선시하라고 지시했지만, 구체적 평가기준 없어 지방정부들이 혼란에 빠졌다. 성장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려는 베이징의 의도와 현실의 괴리.
수십 년간 중국 지방정부의 성과표는 간단했다. GDP 성장률이 높으면 승진, 낮으면 좌천. 그런데 갑자기 베이징이 "성장률보다 민생을 우선하라"고 지시했다. 문제는 '민생'을 어떻게 측정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
중국 공산당은 이번 주 전국의 당원들, 특히 고위 공무원들에게 "성장 제일주의 사고"를 버리라고 명령했다. 5개월간 진행될 이 캠페인은 부채, 허위 보고, 허영 프로젝트를 집중 단속 대상으로 삼는다.
시진핑 정부의 이런 지시는 표면적으로는 명확해 보인다. 사회복지와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경제 확장보다 우선시하라는 것. 하지만 현실에서 지방정부들은 당황하고 있다.
중국기업연구원의 탕다지에 선임연구원은 "베이징이 국민을 위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경제성장 평가를 어떻게 개편할지는 설명하지 않아 혼란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방정부의 딜레마
각 성(省) 지도자들은 안전한 길을 택하고 있다. 중앙정부 슬로건을 그대로 따라하며 "사업환경 개선"과 "기술혁신 노력"을 강조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런 모호한 대응 뒤에는 깊은 고민이 숨어있다.
수십 년간 지속된 경제 척도를 포기하는 것이 성(省) 간 경쟁을 어떻게 바꿀지, 나아가 중국 경제 지형을 어떻게 재편할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들이다.
전통적으로 중국 지방정부는 GDP 성장률로 서열이 매겨졌다. 광둥성이 12조 위안으로 1위, 장쑤성이 11조 위안으로 2위 하는 식으로 명확했다. 이제 '민생 지표'가 우선이라면, 무엇으로 순위를 매길 것인가?
새로운 평가 기준의 부재
문제의 핵심은 베이징이 "무엇을 하지 말라"는 명확히 했지만,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 성이 GDP는 5% 성장했지만 대기오염이 개선됐다면? 다른 성이 GDP는 7% 성장했지만 부채비율이 늘었다면? 어느 쪽이 더 좋은 성과인가?
이런 애매함 때문에 많은 지방 관리들이 "말은 민생이라고 하지만, 결국 성장률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제적 맥락에서 보기
중국의 이런 변화는 국제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서구에서는 오랫동안 "중국의 무분별한 성장 추구"를 비판해왔는데, 이제 중국이 스스로 방향을 바꾸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더 복잡하다. 중국 경제가 7% 이상 고성장을 지속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성장률 중심 평가를 계속하면 지방정부들이 무리한 부채 확대나 허위 보고에 나설 위험이 크다. 베이징 입장에서는 "어차피 고성장이 어려우니, 평가 기준부터 바꾸자"는 현실적 판단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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