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물탑' 천산산맥 빙하, 2040년까지 3분의 1 사라진다
중앙아시아 5개국과 중국 신장의 물 공급원인 천산산맥 빙하가 급속히 녹고 있다. 물 부족과 지정학적 갈등이 우려되는 상황.
우즈베키스탄의 한 농부가 말라버린 관개수로를 바라보고 있다. 50년 전만 해도 천산산맥에서 흘러내린 물이 이곳까지 풍족하게 도달했지만, 이제는 다른 이야기다.
'중앙아시아의 물탑'으로 불리는 천산산맥 빙하가 지난 50년간 27%의 질량과 18%의 면적을 잃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더 충격적인 것은 앞으로의 전망이다. 최신 연구에 따르면 천산산맥은 2040년까지 빙하 면적의 3분의 1을 잃을 것으로 예측된다.
가속화되는 빙하 소실
ETH 취리히대학과 VUB 브뤼셀대학의 박사후연구원 란더 반 트리히트는 "천산산맥은 기후변화에 특히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기온 상승이 빙하를 녹일 뿐만 아니라 강설량까지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의 우려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후 시나리오에 따라서는 향후 수십 년간 천산산맥 빙하 질량의 63%에서 93%까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현재 정책 기조가 유지된다면 2100년까지 75-85%의 빙하가 소실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단순히 얼음덩어리가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다. 천산산맥은 중앙아시아 5개국과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에 거주하는 수백만 명의 식수와 농업용수, 그리고 산업용수를 공급하는 핵심 수원지다.
물 부족 시대의 도래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국가는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이다. 두 나라 모두 낡은 물 분배 인프라와 비효율적인 물 관리 시스템을 안고 있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의 면화 산업은 아랄해 재앙의 주범으로 지목되며 이미 물 관리 실패의 전례를 보여준 바 있다.
반 트리히트 연구원은 "여러 산맥과 유역에서 이미 변화가 관찰되고 있다"며 "여름철 빙하 유출수가 줄어들고 있고, 이것이 강우나 눈 녹은 물로 보상되지 않으면 관개 부족 현상이 이미 오늘날에도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른바 '피크 워터(peak water)' 현상이 곧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 공급이 최고점에 도달한 후 감소세로 돌아서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다.
수력발전 프로젝트의 딜레마
아이러니하게도 빙하가 녹는 상황에서 키르기스스탄은 대규모 수력발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세계은행을 포함한 국제 투자자들이 총 40억 달러 규모의 캄바라타-1 수력발전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컬럼비아대학의 벤 올로브 교수는 "잘 계획된 수력발전 프로젝트는 가능할 수 있지만, 연도별 편차가 클 것"이라며 "'피크 워터' 이후의 감소를 계획가들이 다루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 트리히트 연구원은 더 신중한 입장이다. "대규모 수력 인프라는 하류 지역의 물 가용성을 통제하게 되며, 강이 국경을 넘나들 때 지정학적 함의를 가질 수 있다"며 "명확한 협정과 강력한 국경 간 거버넌스 체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지정학적 파급효과
물 부족은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지역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중앙아시아 지역의 기온 상승률은 전 세계 평균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수문학적 가뭄의 빈도와 심도를 증가시키고 사막화 과정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학자들은 "빙하의 집약적 융해와 하천 유출 변화가 많은 물과 환경 문제를 악화시켜 식량 안보와 양질의 식수 공급, 그리고 수력발전소 운영에 불안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올로브 교수는 "상황이 곧 심각해질 것이며, 미래에는 매우 극적일 수 있다"면서도 "중앙아시아는 강수량 증가로 어느 정도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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