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텔 올림픽, 그 이야기는 진짜였을까
멕시코 카르텔에 납치돼 목숨을 건 스포츠 대회에서 살아남았다는 한 남자의 이야기. 기자는 진실을 추적했고, 결국 전혀 다른 진실과 마주쳤다. 사기꾼과 이야기꾼 사이, 우리는 왜 믿고 싶었는가.
"이기면 살고, 지면 죽는다." 카르텔 두목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할리우드까지 흘러들어갔다.
너무 완벽한 이야기
2024년 12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연예 매니저 로버트 레이놀즈에게 한 통의 이메일이 도착했다. 록밴드 더 킬러스의 매니저인 그에게 유엔 난민기구 고위 관계자가 연락해온 것이다. 멕시코 난민 캠프에서 봉사하던 한 자원봉사자가 카르텔에 납치됐다가 살아 돌아왔다는 내용이었다. 그의 이름은 마우리시오 모랄레스, 친구들은 그를 '마우'라고 불렀다.
마우의 이야기는 이랬다. 2023년 2월 9일, 그는 멕시코시티 거리에서 이민자들을 안내하다 괴한들에게 납치됐다. 흰색 밴 다섯 대, 기관총으로 무장한 남자들, 의식을 잃기 전 들린 총성. 깨어나 보니 창문 없는 방이었고, 며칠간 갈비뼈가 부러지고 손톱이 뽑히는 고문을 당했다. 그리고 그를 찾아온 배불뚝이 콧수염 남자, '돈 파코'.
돈 파코는 라 우니온 테피토 카르텔의 두목이었다. 그는 마우의 손목에 새겨진 올림픽 오륜 문신을 보고 그가 전직 올림픽 선수임을 알아챘다. 그리고 제안을 했다. 멕시코 최대 카르텔들이 해마다 비밀리에 여는 스포츠 토너먼트가 있는데, 마우가 팀을 이끌어 우승하면 살려주겠다고. 종목은 미식축구의 변형인 '토치토', 미국식 플래그 풋볼이었다.
레이놀즈는 이 이야기에 즉각 반응했다. "이건 영화야!" 그는 마우의 생애 판권을 구입하고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다. 마블 영화로 유명한 배우 마이클 페냐가 주연에 관심을 보였다. 단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신뢰할 수 있는 매체의 저널리스트가 이 이야기를 검증해야 한다는 것. 그 역할이 맥케이 기자에게 돌아왔다.
이야기는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자란다
처음 전화 통화에서 마우는 믿기 어려울 만큼 설득력이 있었다. 자기 과시 없이 조심스럽게 말하고, 고문 장면을 떠올리다 감정을 추스르며 멈추는 모습. 기자는 회의론을 거두기 시작했다.
마우가 소개한 검증인들도 인상적이었다. 런던에 기반을 둔 인권 조사관 제임스 윈스턴은 이메일로 마우를 강력히 옹호했다. "멕시코 카르텔 문화의 잔혹함은 외부인이 이해하기 어렵다. 많은 이야기가 믿기 힘들어 보이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그는 심지어 과달라하라 외곽에서 카르텔이 운영하는 비밀 화장터를 조사 중이라고 했다.
이야기의 세부 묘사도 촘촘했다. 카르텔 감옥에서의 훈련, 전직 경찰 출신 살인마 '엘 디아블로', 부패한 변호사 '아우구스토', 순박한 택시 기사 '팔로미노', 그리고 마우의 진짜 친구가 된 청부살인업자 '마메르스'. 토너먼트 현장에는 몬스터 트럭과 밴드 공연, 유명 정치인과 방송인들이 자리를 채웠다.
그러나 기자가 사실 확인을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조금씩 균열을 드러냈다.
마우가 올림픽에 출전했다는 콜롬비아 육상팀? 기록 없음. 멕시코 육상팀? 역시 기록 없음. 그가 보내온 올림픽 '인증서'는 선수가 아닌 가족과 지인에게 발급하는 게스트 자격증이었다.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마이크 타이슨, 리오넬 메시, 코피 아난과 찍은 사진들이 가득했지만 팔로워 약 40만 명 중 실제 반응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봇이었다. '리우 올림픽에서 달리는 자신의 사진'이라고 올린 것은 역방향 이미지 검색 결과,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이탈리아 선수 피에트로 아레세의 사진이었다.
제임스 윈스턴은 전화 인터뷰를 계속 미뤘다. 그가 소개한 동료들의 이메일 도메인 웹사이트는 모두 '공사 중' 페이지였다. 그가 재직했다는 런던정경대, 유엔 난민기구 어디에도 그의 기록은 없었다. 그가 존재한다는 링크드인 페이지는 기자가 물어본 바로 그달에 생성된 것이었다.
멕시코시티에서 마주친 진짜 이야기
기자는 직접 멕시코시티로 날아갔다. 현지 취재 파트너 울리세스와 함께 마우를 만나고, 테피토 마켓의 카르텔 관계자 '페드로'와도 접촉했다. 페드로는 납치 후 장기 감금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를 담담하게 설명했다. "오래 잡아둘수록 위험이 커진다. 라 우니온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런데 마우의 여자친구 낸시와의 인터뷰에서 이상한 점이 드러났다. 그녀는 마우가 납치된 거리를 언급했는데, 마우가 기자에게 직접 안내한 장소와 완전히 달랐다. 마우의 어머니는 영상통화에서 눈물을 흘리며 몸값 이야기를 했다. 약 100만 페소(한화 약 800만 원). 오빠가 집을 팔아 마련했다고 했다. 그런데 마우는 자신을 구한 건 돈이 아니라 경기장에서의 승리였다고 줄곧 말해왔다.
현지 파트너 울리세스가 조용히 말했다. "'자기납치' 알아요? 멕시코에서 엄청 많아요. 가족한테 돈 뜯으려고 스스로 납치된 척하는 거." 그는 잠시 멈추더니 덧붙였다. "내 생각엔... 저 사람이 그 돈을 훔쳤을 것 같아요."
진짜 이야기는 법원 데이터베이스에 있었다. 마우리시오 모랄레스 베르무데스. 그는 스위스 비영리단체 비폭력 프로젝트 재단의 멕시코 지부장을 자처하며 노동조합 지도자 알레한드로 마르티네스로부터 약 70만 달러(한화 약 9억 5000만 원)를 사기 쳤다. 요코 오노 서명이 담긴 계약서는 위조였고, 비틀스 멤버 전원이 서명했다는 티셔츠도 가짜였다. 마우가 납치됐다고 주장한 바로 그날, 2023년 2월 9일, 그는 사기 혐의로 체포됐다. 그리고 18개월을 레클루소리오 수르 교도소에서 보냈다.
마메르스? 그 역시 같은 교도소에 수감됐던 에드가르 오마르 곤살레스 기파르드였다. 자전거 절도 혐의로 수감된 소규모 사기꾼.
이야기가 퍼지는 이유
공원 벤치에서 마우에게 머그샷을 내밀었을 때,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잠시 화면을 훑어보더니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했다. 체포는 맞지만 시기가 다르다, 서류는 조작됐다, 배후에 강력한 세력이 있다. 기자는 자리를 떴다.
이 사건에서 가장 불편한 질문은 마우에 관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왜 그토록 믿고 싶었는가에 관한 것이다.
레이놀즈는 흥분했고, 마이클 페냐는 관심을 보였고, 할리우드 프로듀서들이 줄을 섰고, 더 애틀랜틱 기자는 멕시코까지 날아갔다. 유엔 난민고등판무관 필리포 그란디 명의로 된 초청 이메일도 위조였다. 마우는 여러 제작사에 동시에 '독점 계약 직전'이라며 접촉하고 있었다.
이야기가 먹힌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이 우리가 멕시코에 대해, 카르텔에 대해,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남은 영웅에 대해 이미 믿고 있던 것과 정확히 일치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민 강경책을 정당화하는 서사, 넷플릭스 나르코스 시리즈가 심어준 이미지, 국경 너머의 영구적 혼돈이라는 선입견. 마우는 그 모든 것을 하나의 이야기 안에 담아냈다.
그렇다고 멕시코의 현실이 덜 잔혹한 것은 아니다. 현재 멕시코에는 13만 명 이상이 실종 상태다. 지난 10년간 세 배가 늘었다. 멕시코시티 도심의 '실종자 로터리'에는 수백 장의 얼굴 사진이 붙어있고, 정부가 뜯어내면 어머니들이 다시 붙인다. 카르텔은 교회에 기부하고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나눠주며 지역 사회에 뿌리를 내렸다. 언론사가 카르텔에 "무엇을 원하는가"를 묻는 사설을 1면에 실어야 했던 나라가 멕시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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