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스타인 스캔들로 무너지는 영국 총리, 멀쩡한 미국 대통령
같은 스캔들이 영국에서는 정권을 위협하고 미국에서는 무시되는 이유. 민주적 책임의 역설적 현실을 들여다본다.
제프리 엡스타인을 잘 알던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백악관에 있고, 엡스타인을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영국 키어 스타머 총리는 정권 붕괴 위기에 몰렸다. 같은 스캔들이 두 나라에서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낳고 있다.
스타머의 치명적 실수
스타머 총리의 지지율은 71%의 반대율을 기록하며 2차 대전 이후 가장 인기 없는 영국 정부를 이끌고 있다. 화근은 그가 주미 대사로 임명한 피터 맨델슨이었다. '어둠의 왕자'라 불리는 노련한 정치인 맨델슨은 엡스타인과의 친분이 알려졌음에도 발탁됐다.
문제는 지난달 미 법무부가 공개한 350만 건의 엡스타인 관련 문서였다. 맨델슨이 엡스타인에게 유럽연합 구제금융 관련 기밀정보를 제공했고, 엡스타인으로부터 용도 불명의 직접 송금을 받았다는 내용이 드러났다. 심지어 맨델슨이 속옷 차림으로 찍힌 사진까지 포함됐다.
맨델슨은 2008년 엡스타인이 성범죄로 기소됐을 때 "당신을 세상 무엇보다 소중히 여긴다"며 분노를 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결국 8개월 만에 모든 공직에서 물러났지만, 스타머의 위기는 더 깊어졌다.
스캔들에 면역된 미국
반면 미국에서 엡스타인 연관설은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트럼프는 2월 3일 "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으니 이제 다른 일로 넘어갈 때"라고 말했다. 최신 문서에서 그의 이름이 수천 번 언급됐지만 결정적 증거는 없었다.
트럼프 주변 억만장자들인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과 일론 머스크도 엡스타인 유죄 판결 이후 그의 섬을 방문할 계획이 담긴 서신이 공개됐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미국은 스캔들에 너무 익숙해져서 새로운 논란이 나와도 분노가 일지 않는다.
최근 영국 총리들을 괴롭힌 스캔들들은 미국 기준으로는 사소해 보인다. 코로나19 봉쇄 중 정부 관료들의 음주 모임으로 보리스 존슨이 곤경에 빠진 '파티게이트'는 같은 시기 백악관 모임들에 비하면 트럼프 스캔들 100대 안에도 못 들 것이다.
역설적인 민주적 책임
영국 총리는 의회 다수당을 이끄는 위치에서 선출된 군주처럼 행동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미국 대통령보다 훨씬 취약하다. 의회 시스템은 당 지도자를 제거하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에 궁정 쿠데타를 부추긴다.
미국에서는 대통령을 탄핵해도 부통령이 승계할 뿐이다. 불신임안의 상시적 위협은 총리를 민주적으로 책임지게 하지만, 탄핵은 극단적 경우에만 쓰이도록 설계됐다. 그런데 최근 수십 년간 반복된 탄핵 시도들은 오히려 그 무력함만 증명했다.
극도로 분열되고 당파적인 의회에서 상원의 유죄 판결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선거에서 진 후에도 권력을 유지하려 했던 대통령조차 탄핵되지 않았다.
권력 분립의 실패
지난 반세기 동안 의회는 점점 더 많은 권한을 대통령과 행정부의 재량에 맡겨왔다. 토머스 제퍼슨이 의회 정부의 단점에 대해 쓸 때, 그는 "선출된 전제정치는 우리가 싸워서 얻으려던 정부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가 원한 것은 "자유 원칙에 기초할 뿐만 아니라 정부 권력이 여러 기관에 분할되고 균형을 이뤄 어느 누구도 법적 한계를 넘을 수 없는" 체제였다.
권력 분립이 아닌 정당 분립만 남은 상황에서 이 정교한 시스템은 무너지고, 건국자들이 두려워했던 바로 그 집중된 권력을 가진 제왕적 대통령제가 남았다.
본 콘텐츠는 AI가 원문 기사를 기반으로 요약 및 분석한 것입니다. 정확성을 위해 노력하지만 오류가 있을 수 있으며, 원문 확인을 권장합니다.
관련 기사
연방정부와 주정부 간 선거 협력체계가 무너지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선거 개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정부 권한으로 선거 시스템을 '국유화'하려는 시도. 2020년 부정선거 주장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이 정책이 미국 민주주의에 미칠 파장을 분석한다.
도널드 트럼프 재집권 후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는 유권자 억압 전략. 투표 등록부터 개표까지, 민주주의의 세 단계가 어떻게 공격받고 있는가.
연방 요원들의 강제 단속에 맞선 미네소타 주민들의 대응에서 보이는 새로운 저항 방식과 민주주의의 변화하는 모습을 분석한다.
의견
이 기사에 대한 생각을 나눠주세요
로그인하고 의견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