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발레단의 미국 무대 퇴장, 예술이 정치에 굴복하는 순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발레단의 서구 공연 금지로 끝난 200년 문화 교류. 예술과 정치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2017년 7월, 뉴욕 링컨센터에서 역사적인 만남이 있었다. 러시아의 볼쇼이 발레단이 뉴욕시티 발레단, 파리 오페라 발레단과 함께 무대에 올라 조지 발란신의 '보석'을 공연했다. 당시 미국과 러시아는 대선 개입 스캔들로 외교적 갈등을 겪고 있었지만, 무대 위 댄서들은 예술로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것이 볼쇼이 발레단의 마지막 미국 공연이었다.
철의 장막이 다시 내려지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구 극장들은 일제히 러시아 발레단 공연을 취소했다. 런던과 마드리드 극장들이 볼쇼이의 예정된 공연을 중단했고, 2024년에는 뉴욕에서 열린 갈라 공연에서 러시아 최고 발레단 소속 댄서들이 출연 금지를 당했다.
푸틴 정권이 주요 후원자인 볼쇼이 발레단이 다시 서구 무대에 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0년 넘게 이어진 러시아와 미국 발레의 문화적 대화가 전쟁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막을 내린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런 단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60년, 소련의 무용 평론가 유리 슬로니스키는 애틀랜틱 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철의 장막 뒤에서도 춤은 번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그는 1920년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발란신과 함께 작업했던 옛 동료였다.
경계를 넘나든 예술적 DNA
발란신이 뉴욕에서 현대 발레의 아버지로 불리며 혁신을 거듭할 때, 슬로니스키는 소련 발레 역시 "현재를 만나려"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1961년 프랑스로 망명한 루돌프 누레예프 같은 소련 댄서들은 제한된 레퍼토리 안에서도 "가장 깊은 과거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하려 애썼다.
반대로 미국 발레계는 러시아 예술가들의 공헌을 인정했다. 1962년 뮤지컬 '오클라호마!'로 유명한 안무가 아그네스 드 밀은 애틀랜틱 독자들에게 "춤 창작법"을 설명하며 19세기 러시아 발레 황금기를 이끈 마리우스 프티파의 작품을 연구하라고 조언했다.
"프티파가 솔로 변주에서 단 네 동작으로 무엇을 하는지 관찰해보라"고 그녀는 썼다. 그의 "기만적으로 단순하고 엄격하게 계획된 안무"야말로 "사업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전통과 혁신의 만남
1976년 초연된 트와일라 타프의 '푸시 컴스 투 쇼브'는 이런 조언을 완벽하게 구현한 작품이었다. 재즈와 탱고 등 대중 무용 스타일을 차용하면서도 "클래식 발레의 친숙한 궁정 세계"를 기반으로 했다. 이 작품의 중심에는 1974년 소련에서 망명한 미하일 바리시니코프가 있었다.
바리시니코프의 기술적 완성도와 독특한 감각은 "전통과 현대성, 구세계와 신세계" 사이의 협상을 상징하는 완벽한 인물이었다. 그는 러시아의 탄탄한 기초 위에 미국적 자유로움을 더해 새로운 경지를 보여줬다.
끝나지 않을 유산
현재 러시아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해 떠난 유명 댄서들이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본국에 남아 있지만 창작 기회는 크게 줄어들었다. 저명한 안무가들은 크렘린 후원 단체와의 작업을 거부하고 있고, 전쟁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푸틴주의에 반대하는 예술가들은 검열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 레퍼토리의 두 보석인 '백조의 호수'와 '호두까기 인형'은 프티파의 원작 없이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반대로 러시아 발레는 미국의 영향으로 기술적으로 더욱 모험적이 되고 덜 폐쇄적이 됐다.
발레가 발란신, 드 밀, 타프 시대처럼 정부 지원이 풍부하고 극장 관람이 일상이던 때만큼 강력한 산업은 아니지만, 전성기 동안 러시아와 미국 댄서들은 서로에게서 자유롭게 차용하며 활기찬 독창적 예술을 만들어냈다. 우리가 지금도 존경하고 앞으로도 그럴 걸작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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