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의 귀환, 미국 반도체 석학이 중국을 택했다
UC어바인 반도체 전문가 스구오준 교수가 중국 소재 기업 DKEM에 합류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 인재 이동의 의미와 한국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파장을 분석한다.
미국 대학에서 20년 넘게 쌓은 경력을 접고, 중국 기업의 명함을 받아든 반도체 전문가가 있다.
스구오준(Shi Guojun)은 지난 3월 6일, UC어바인(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 교수직을 떠나 중국 동부 장쑤성 이싱에 본사를 둔 소재 기업 DK Electronic Materials(DKEM)의 '최고전략과학자 겸 미래산업연구원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반도체 패키징과 메모리 칩 분야의 수상 경력을 가진 그가 중국행을 선택한 것은, 단순한 이직이 아니다. 지금 반도체 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재 전쟁의 한 단면이다.
이 기업은 무엇을 원하는가
DKEM은 원래 태양광 소재 회사다. 태양전지에 쓰이는 '광전변환 금속화 페이스트'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점유율 약 25%를 차지하는 세계 1위 공급업체로, 2020년 선전 ChiNext 스타트업 보드에 상장했다. 그런데 최근 몇 차례의 인수합병을 통해 반도체 메모리 소재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스구오준의 영입은 이 전략적 확장의 신호탄이다.
DKEM이 그에게 맡긴 임무는 명확하다. 신흥 산업 전략 기획 및 개발을 이끌되, 핵심은 반도체 메모리 사업의 고도화다. 패키징 기술—반도체 제조의 마지막 단계이자, 서방의 수출 규제가 집중되는 영역—에서 중국의 자립도를 높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왜 지금인가
타이밍은 우연이 아니다. 미국은 지난 몇 년간 ASML 노광 장비 수출 제한, 첨단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규제, 그리고 엔비디아 AI 칩의 대중 수출 금지 등 전방위적인 기술 봉쇄를 이어왔다. 베이징은 이에 맞서 '과학기술 자립자강'을 국가 목표로 선언하고, 해외 고급 인재 유치를 위한 '천인계획(Thousand Talents Plan)'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스구오준의 이직은 이 구조적 흐름 안에 있다. 중국 기업들은 지금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살 수 없다면, 그것을 만들거나 이해하는 사람을 데려오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한국이 긴장해야 하는 이유
이 뉴스가 한국 독자에게 남의 일처럼 느껴진다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중국이 메모리 소재와 패키징 기술에서 자립 능력을 키운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한국 기업의 원가 경쟁력과 기술 격차가 좁혀질 수 있다는 의미다. CXMT(창신메모리)는 이미 DDR4 메모리를 양산하며 저가 시장을 잠식하고 있고, 여기에 고급 소재 기술이 더해진다면 경쟁 구도는 달라질 수 있다.
더 민감한 문제는 인재다. 한국 반도체 업계 역시 중국의 공격적인 스카우트 대상이 되어왔다. 기술은 결국 사람이 만든다. 미국의 석학이 중국행을 택하는 것과, 한국 엔지니어가 중국 기업의 높은 연봉에 이끌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같은 문제다.
모두가 같은 시각은 아니다
물론 이 이야기를 다른 각도에서 볼 수도 있다. 한 연구자의 이직이 실제로 중국의 반도체 기술 수준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반도체 생태계는 단 한 명의 천재로 완성되지 않는다. 장비, 소재, 설계, 공정, 검사—수천 개의 퍼즐 조각이 맞아야 한다.
또한 DKEM이 태양광 소재에서 반도체 메모리 소재로 전환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험난하다. 기술적 난이도, 공급망 구축, 고객사 신뢰 확보까지 갈 길이 멀다는 시각도 있다.
일부 미국 학계에서는 이런 인재 이동을 '지식의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기도 한다. 국경을 넘는 연구 협력이 과학 발전을 이끌어왔다는 논리다. 하지만 반도체가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금, 그 논리는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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