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창작물을 보는 순간, 작가의 명성이 무너진다
한스 짐머 같은 거장도 예외가 없었다. AI 협업 공개 시 평판 하락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인가? 창작계의 새로운 딜레마를 파헤친다.
83%의 창작자가 이미 AI를 사용하고 있다. 소설가는 플롯을 짜고, 음악가는 새로운 사운드를 실험하며, 영화감독은 편집 과정에 AI를 접목한다. 어도비가 2,500명 이상의 창작 전문가를 조사한 결과, 69%가 AI 덕분에 창의성을 더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런데 여기 흥미로운 역설이 있다. 같은 작품이라도 AI 개입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사람들의 평가는 급격히 달라진다.
한스 짐머도 피할 수 없었던 평판 타격
조직행동학 연구진이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에게 동일한 짧은 음악 작품을 들려주되, 작곡가를 다르게 소개했다. 절반에게는 아카데미상 수상자 한스 짐머의 작품이라 했고, 나머지에게는 음대 1년생의 작품이라 했다.
그리고 일부 참가자들에게만 "AI 기술과의 협업으로 제작됐다"고 알렸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한스 짐머라는 거장의 명성도 AI 개입 사실 앞에서는 무력했다. 신인 작곡가와 마찬가지로 평판이 타격을 받았다. 기존의 명성이 방패막이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다.
"기존 평판이 보호막이 될 거라는 가정은 틀렸습니다." 연구를 주도한 조엘 카르네발레 교수의 말이다.
크레딧 배분의 미묘한 차이
하지만 평판이 완전히 무의미하지는 않았다. 참가자들이 "인간 창작자와 AI 중 누가 더 많은 기여를 했는가"를 평가할 때, 한스 짐머에게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점수를 줬다. 즉, 같은 AI 협업이라도 거장이 AI에 덜 의존했을 것이라고 추정한 것이다.
여기서 핵심 질문이 떠오른다. AI 협업이 언제부터 '도움'이 아닌 '대신 창작'으로 인식될까? 배경 노이즈 제거나 하모니 제안은 괜찮지만, AI가 멜로디를 생성하고 인간이 약간만 수정하는 건 어떨까?
공개하지 않는 게 유리할까?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일부 로맨스 소설가들이 독자에게 알리지 않고 AI 도구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2025년 직장인 조사에서는 거의 절반이 AI 사용을 숨기고 있다고 나타났다. 능력 부족으로 보일까 봐 걱정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두 번째 실험을 통해 공개 전략을 직접 비교했다. 광고회사 직원을 평가하는 시나리오에서, AI 사용을 공개한 경우와 아무 말 하지 않은 경우를 비교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AI 사용 공개는 평판에 해를 끼쳤다. 반대로 "AI를 쓰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밝히는 것도 특별한 이득이 없었다. 침묵이 가장 안전한 선택이었다.
K-크리에이티브 산업의 고민
K-팝, K-드라마, 웹툰까지. 한국의 창작 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주목받는 지금, 이 연구 결과는 더욱 의미심장하다. 하이브나 네이버웹툰 같은 기업들이 AI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지만, 창작자들은 딜레마에 빠져있다.
"AI 도움을 받았다고 하면 팬들이 실망할까?" "하지만 경쟁력을 위해서는 써야 하는데..." 한국 창작자들의 속마음이다.
특히 한국 소비자들의 '진정성'에 대한 기대치는 높다. 아이돌의 자작곡, 웹툰 작가의 손그림에 대한 애착이 강한 문화에서 AI 공개는 더 큰 리스크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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