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 이후 50년, 인류는 다시 달로 향한다
NASA 아르테미스 II 미션, 4명의 우주비행사가 달 궤도를 비행하는 9일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인류가 달로 돌아가는 이유와 그 의미를 짚는다.
8.8백만 파운드. 이 숫자가 얼마나 큰지 가늠하려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아폴로 시대를 상징하는 새턴 V 로켓보다도 강력한 추력이다. 그 힘으로 4명의 우주비행사가 지구를 떠났다. 목적지는 달이다.
50년 만의 귀환, 그 시작
미국 동부시간 2026년 4월 2일 오후 6시 35분, 플로리다 케네디 우주센터 발사 복합체 39B에서 NASA의 우주발사시스템(SLS) 로켓이 하늘로 치솟았다. 높이 98미터, 무게 약 270만 킬로그램에 달하는 이 로켓에는 미국인 3명과 캐나다인 1명이 탑승했다. 이들의 임무는 9일간 달 궤도를 비행하고 귀환하는 것, 이른바 아르테미스 II 미션이다.
로켓 하단에는 RS-25 수소 엔진 4기와 고체 로켓 부스터 2기가 동시에 점화됐다. 합산 추력은 약 3,990톤. 1960~70년대 아폴로 계획을 이끈 새턴 V를 넘어서는 수치다. 인간을 태운 로켓 중 역대 가장 강력한 추진력으로 우주로 향한 셈이다.
이번 비행은 달 착륙이 목표가 아니다. 달 표면을 밟는 것은 이후 미션인 아르테미스 III의 몫이다. 아르테미스 II는 유인 달 궤도 비행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리허설'에 가깝다. 하지만 그 의미는 단순한 테스트를 훨씬 넘어선다.
왜 지금, 왜 다시 달인가
아폴로 17호가 달을 떠난 1972년 이후 인류는 반세기 넘게 달에 발을 딛지 못했다. 냉전의 종식과 함께 우주 경쟁의 열기도 식었고, 예산 삭감과 우선순위 변화가 달 탐사를 뒷전으로 밀어냈다.
그런데 지금 판이 다시 바뀌고 있다. 중국이 2030년대까지 유인 달 착륙을 목표로 빠르게 우주 역량을 키우고 있다. SpaceX, 블루 오리진 같은 민간 기업들이 우주 산업의 새로운 축이 됐다. 달에는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헬륨-3와 물(얼음) 자원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달은 더 이상 '가본 곳'이 아니라 '선점해야 할 곳'이 됐다.
NASA가 아르테미스 계획에 투입한 예산은 지금까지 수백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 납세자들의 돈이다. 이 거대한 투자가 단순한 탐험 정신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지정학적 경쟁의 산물인지는 해석하기 나름이다.
누가 무엇을 얻는가
이 미션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우주 산업 관점에서 보면, SLS 로켓의 성공적인 운용은 민간 기업들과의 협력 생태계를 더욱 촉진한다. 오리온 우주선 제작에 참여한 록히드 마틴, SLS 핵심 부품을 공급한 보잉 등 방산·항공 기업들에게는 수조 원 규모의 계약이 걸려 있다.
과학계는 기대와 아쉬움이 교차한다. 유인 탐사는 로봇 탐사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들지만, 인간의 현장 판단력과 적응력은 아직 기계가 대체하기 어렵다. 달 남극의 얼음 자원 탐사나 우주 방사선 연구 등 과학적 성과는 분명 기대된다.
한국의 시각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은 2022년 달 궤도선 다누리를 성공적으로 발사하며 세계 7번째 달 탐사국이 됐다. 정부는 2032년 달 착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과 국내 항공우주 기업들에게 아르테미스는 벤치마크이자 협력의 기회다. 실제로 한국은 아르테미스 협정 서명국으로, 미국 주도의 달 탐사 질서에 편입돼 있다.
한편 중국과 러시아는 아르테미스 협정에 불참한 채 독자적인 달 탐사 계획을 추진 중이다. 우주에서도 지구의 지정학적 균열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앞으로의 여정
아르테미스 II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다음 단계는 실제 달 착륙이다. 아르테미스 III에서는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와 유색인종 우주비행사가 달 표면을 밟을 예정이다. NASA는 이를 통해 '달 탐사의 민주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려 한다.
하지만 일정은 이미 여러 차례 지연됐고, 예산 압박도 상수다. SLS 로켓은 발사 한 번에 수조 원이 소요된다는 비판도 있다. 재사용 가능한 SpaceX스타십과의 비교는 NASA 내부에서도 불편한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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