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ARM 지분을 모두 팔아치운 이유
한때 400억 달러에 인수하려던 ARM을 엔비디아가 완전 매각. AI 칩 경쟁 구도 변화의 신호탄일까?
1억 5,580만 달러. 엔비디아가 화요일 SEC에 제출한 서류에서 드러난 ARM 지분의 마지막 가치다. 한때 400억 달러에 통째로 사들이려던 회사를, 엔비디아는 조용히 모든 지분을 처분했다.
400억 달러 인수 실패 후 3년
2020년, 엔비디아는 소프트뱅크로부터 ARM을 400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업계는 "AI 시대의 게임 체인저"라며 환호했다. ARM의 칩 설계 기술과 엔비디아의 AI 칩 역량이 결합되면 무적의 조합이 될 것이라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미국과 유럽 규제당국은 "시장 독점 우려"를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같은 ARM의 주요 고객사들도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2022년, 인수는 무산됐다.
전략적 투자자에서 완전 철수
인수 실패 후 엔비디아는 2023년 ARM의 나스닥 상장 당시 7억 3,500만 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에 참여했다. 애플, 구글, 삼성, TSMC와 함께였다. 하지만 이번 매각으로 엔비디아는 ARM과의 자본적 관계를 완전히 정리했다.
흥미로운 점은 타이밍이다. ARM의 주가는 올해 들어 16% 상승했고, 시가총액은 1,350억 달러에 달한다. 엔비디아가 손해를 본 매각은 아니라는 뜻이다.
라이선스 관계는 계속
자본 관계는 끊었지만, 사업적 협력은 지속된다. 엔비디아는 ARM과 20년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있다. 차세대 데이터센터의 핵심인 엔비디아 Grace CPU는 ARM 기술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2022년 "앞으로 수십 년간 ARM의 자랑스러운 라이선스 파트너로 남겠다"고 밝혔다. 즉, 지분은 팔았지만 기술적 의존도는 여전하다는 얘기다.
투자 포트폴리오 재편의 신호
SEC 서류를 보면 엔비디아는 ARM 외에도 코어위브, 인텔, 네비우스, 노키아, 시놉시스 등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핀란드 통신장비업체 노키아에는 10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엔비디아가 단순한 AI 칩 회사에서 벗어나 더 넓은 기술 생태계의 투자자로 변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ARM 매각도 이런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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