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대기업 CEO들이 트럼프를 칭찬하면서도 비판하는 이유
OpenAI와 Anthropic CEO들이 ICE 폭력을 비판하면서도 트럼프를 '강한 지도자'라고 부르는 모순된 행보. AI 산업과 정치적 현실 사이의 줄타기가 시작됐다.
830조원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OpenAI의 샘 올트먼 CEO가 직원들에게 보낸 내부 메시지가 유출됐다. "ICE(이민세관단속청)의 행동이 도를 넘었다"며 정부를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트럼프를 "매우 강한 지도자"라고 칭찬한 내용이었다.
같은 시기 Anthropic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도 NBC 뉴스에서 미네소타주 ICE 요원들의 폭력을 "공포스럽다"고 공개 비판했다. 하지만 그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다른 정책들에 대해서는 지지를 표명했다.
기술 거대기업들의 딜레마
두 CEO의 발언은 현재 AI 업계가 직면한 복잡한 정치적 현실을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직원들과 사회적 압력에 대응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와의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ICEout.tech라는 기술 노동자 단체는 공개서한을 통해 AI 기업 CEO들에게 ICE와의 모든 계약을 취소하고 정부 폭력에 공개적으로 반대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우리는 OpenAI와 Anthropic CEO들이 ICE 살인을 규탄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면서도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CEO들의 침묵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기업들의 대응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행정부의 AI 친화적 정책 덕분에 OpenAI는 지난해 최소 400억 달러를 투자받았고, 현재 1000억 달러 추가 투자를 논의 중이다. Anthropic 역시 190억 달러를 조달했으며 250억 달러 추가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변화한 올트먼의 입장
특히 샘 올트먼의 입장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 2016년 트럼프 당선 당시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렇게 썼다: "트럼프는 단순히 무책임한 게 아니다. 그는 독재자들이 무책임한 방식으로 무책임하다." 당시 그는 트럼프를 "선동적인 증오 선동가"라고 부르며 "1930년대 독일 역사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트럼프의 행동을 보는 것이 오싹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 내부 메시지에서는 트럼프가 "이 순간에 일어나 나라를 통합시키기를" 희망한다며 완전히 다른 톤을 보였다. PR 회사 헤이메이커 그룹의 창립자 J.J. 콜라오는 이를 두고 "올트먼이 '양쪽 다 잡으려고' 한다"며 "대통령이 ICE 행동에 대한 책임이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고 비판했다.
기술과 정치의 새로운 관계
이런 현상은 AI 시대의 새로운 특징이다. 과거 기술 기업들은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거나 진보적 가치를 표방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AI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되면서, 정부와의 관계가 기업 생존에 직결되는 상황이 됐다.
아모데이 CEO가 지난주 다보스 포럼에서 트럼프의 중국 AI 칩 수출 허용 결정을 "미친 짓"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이를 "북한에 핵무기를 팔면서 보잉이 케이스를 만들었다고 자랑하는 것"에 비유했다.
한국의 AI 기업들도 비슷한 딜레마에 직면할 수 있다. 정부 정책에 의존하면서도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는 중요한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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