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세계 최대 산유국인데도 기름값이 오르는 이유
이란 공습으로 기름값 급등하며 드러난 '에너지 독립'의 허상. 미국이 석유 최대 생산국임에도 중동 사태에 취약한 진짜 이유는?
주유소 전광판의 숫자가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고 있다. 미국 전역 휘발유 평균 가격이 갤런당 3.25달러까지 치솟았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빠른 속도로 기름값이 오른 건 2022년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했을 때였다.
그런데 이상하다. 미국은 지금 세계 최대 석유 생산국이다. 셰일 혁명 덕분에 석유 수입량보다 수출량이 더 많다. 그럼에도 6천 마일 떨어진 중동에서 벌어진 일 때문에 미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털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세계가 멈춘다
답은 호르무즈 해협에 있다. 이 좁은 바닷길로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20%, 천연가스의 20%가 흘러간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공습전이 격화되면서 이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들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세계 5위 산유국인 이란의 석유 시설이 직접 공격받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기름값이 잠시 오를 수 있지만, 이 상황이 끝나면 가격은 떨어질 것"이라며 어색한 해명에 나섰다. 심지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들에 해군 호위까지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카고대 에너지정책연구소의 샘 오리 소장은 "우리는 시장의 지정학적 악몽을 살고 있다"며 "사람들을 밤잠 못 이루게 했던 바로 그 위기"라고 진단했다.
'에너지 독립'이라는 달콤한 착각
미국은 1970년대 석유 위기 이후 줄곧 '에너지 독립'을 외쳐왔다. 중동 석유에 의존하지 않고 자급자족하겠다는 목표였다. 트럼프는 한 발 더 나아가 '에너지 지배력'까지 주장한다.
표면적으로는 성공한 것 같다.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생산국이 되었고, 수출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보여주듯 '지배적'이라는 것과 '독립적'이라는 것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핵심은 석유가 글로벌 상품이라는 점이다. 가격은 미국이 얼마나 많이 뽑아내느냐가 아니라, 전 세계 수급 상황에 따라 결정된다. "어디서든 석유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전 세계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고 오리 소장은 설명한다. "아무리 많은 석유를 생산해도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미국 석유 시스템의 딜레마
문제는 시장 논리만이 아니다. 미국 석유 산업 구조 자체가 글로벌 시스템에 최적화되어 있다. 멕시코만 연안의 정제시설들은 수입산 중질유 처리에 특화되어 있다. 반면 셰일 오일로 뽑아내는 국산 경질유는 정작 국내에서 쓰기보다 수출하는 게 더 수익성이 높다.
미국은 독립적인 기계가 아니라 글로벌 기계의 핵심 부품 역할을 하도록 설계된 셈이다.
해외 공급이 중단되면 국내 생산을 늘릴 수 있지만, 몇 달에서 몇 년이 걸린다. 비상용 전략석유비축분(SPR)도 90일치밖에 안 되고, 현재 용량의 60%도 채워지지 않은 상태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사만다 그로스 소장은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미국이 대체할 방법은 전혀 없다"고 단언한다.
진짜 목표는 '에너지 안보'
그렇다면 '에너지 독립'은 애초에 불가능한 목표일까? 오리 소장의 답은 명확하다. "그렇다. 에너지 독립은 전혀 유용한 개념이 아니다."
대신 추구해야 할 건 '에너지 안보'다. 적정한 가격으로 에너지 공급이 중단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생산 확대와 함께 안정적인 해외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석유 의존도 자체를 줄여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석유 가격 급등은 미국이 자초한 면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는 자동차 연비 규제를 완화하고 전기차 인센티브를 폐지하면서 오히려 화석연료 소비를 늘리는 정책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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