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의 시대는 끝났나? 미국이 선택해야 할 파트너들
트럼프 재집권 이후 미국 동맹 체계 재편 논의가 가속화되고 있다. 한미동맹은 과연 지속 가능한가?
75년 동안 지속된 미국 주도의 동맹 체계가 근본적 재검토 대상이 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동맹국들에게 "보호비"를 요구하고 관세를 무차별 부과하면서, 냉전 시대부터 구축된 파트너십의 가치를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크리스토퍼 치비스 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분석에서 "모든 동맹이 유지할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의 동맹 체계 전면 재편을 주장했다. 그의 시각에서 보면, 한국과의 동맹도 예외가 아니다.
변화한 세계, 변하지 않은 동맹
미국이 대부분의 동맹을 맺은 것은 2차 대전 직후 공산주의 봉쇄를 위해서였다. 소련이 무너진 후에도 미국은 동맹을 유지했고, 심지어 NATO는 확대까지 했다. 당시에는 미국에 맞설 경쟁국이 없었고, 동맹국을 위해 전쟁에 나설 위험도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중국은 10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의 경제적 우위에 진정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동아시아에서는 군사력도 미국과 맞먹는 수준이다. 러시아는 20년간의 약세에서 벗어나 이웃국을 침공하고 NATO 회원국들을 위협하고 있다. 북한은 이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무기를 보유했다.
치비스 연구원은 "동맹은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국 이익과 무관한 전쟁에 휘말릴 가능성을 낮춰야 한다"는 두 가지 기준을 제시한다. 이 기준으로 보면 일부 동맹국은 통과하지만, 그렇지 못한 곳들도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필리핀: 과대평가된 파트너십
가장 먼저 도마에 오른 것은 필리핀이다. 1951년 체결된 미국-필리핀 상호방위조약은 미국이 동아시아를 군사적으로 압도하던 시절의 산물이다. 하지만 중국이 주변 해역에서 강력해진 지금, 이 조약의 가치는 의문시된다.
바이든 행정부와 트럼프 2기 행정부 모두 필리핀과의 관계 심화에 나섰다. 첨단 미사일 시스템을 제공하고, 해병대를 순환 배치하며, 루손 섬 근처에서 대규모 인프라 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국방부는 "필리핀이 중국 본토 공격과 대만 방어의 중요한 발판"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치비스는 이를 "과대평가"로 본다. 몇 개의 무방비 장비 기지와 순환 배치 해병대로는 중국의 대만 공격을 억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욱이 필리핀군은 역내 다른 국가들보다 수십 년 뒤처져 있고, 경제적·기술적·외교적으로도 미국의 대중 경쟁에 기여할 부분이 제한적이다.
오히려 위험은 커졌다. 미국이 재개입을 약속하면서 마닐라가 남중국해에서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할 수 있고, 이는 미국을 "핵심 이익과 무관한 분쟁 지역의 산호초"를 둘러싼 갈등에 끌어들일 수 있다.
한미동맹: 위험과 가치의 재평가
한국과의 동맹은 필리핀보다는 "구조적으로 건전"하지만, 역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치비스는 진단한다. 한국은 주요 경제국이자 첨단 반도체의 핵심 생산국이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군사적 위험은 급격히 증가했다.
냉전 시절 미국이 한국 방어를 약속했을 때 북한은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단이 없었다. 지금은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로 미국 도시를 파괴할 수 있다. 위험 균형이 "근본적으로 바뀐" 것이다.
더욱이 한국에는 거의 3만 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지만, 서울은 주한미군이나 한국군이 중국의 대만 침공 시 억지나 개입에 사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를 꺼리고 있다.
치비스의 제안은 과감하다. 북한의 미국 본토 공격 위험을 줄이기 위해 주한미군을 축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분석가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이로 인해 서울이 핵무기 개발에 나설 수도 있지만, 미국은 한국의 재래식 무기 강화와 핵확산금지조약 탈퇴 시 경제적·외교적 대가를 상기시키는 방식으로 이를 막을 수 있다고 본다.
일본: 여전히 핵심 파트너
반면 일본과의 동맹은 21세기에 들어 오히려 더 가치 있어졌다는 평가다. 첨단 디지털 기술과 해외 핵심 광물 추출·가공 기업 지분을 통해 일본은 미국이 인공지능 분야에서 중국과 경쟁하는 데 도움이 된다. 도쿄는 미국과의 동맹에 전념하며 국방비를 대폭 늘렸고,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큰 외교적 영향력을 가진 세계 4위 경제국이다.
이론적으로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로 미국이 중국과 전쟁에 휘말릴 수 있지만, 베이징은 동아시아 2위 강국과 정면충돌은 피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일본은 인도-태평양에서 미국 권력의 "중심 기둥"으로 남아야 한다는 것이 치비스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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