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은 이제 매달 태어난다
2026년 두 달 만에 3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유니콘이 됐다. AI가 촉매제가 됐지만, 헬스케어·크립토·로보틱스까지 번진 이 열기의 의미는 무엇인가.
2026년이 시작된 지 두 달. 이미 3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기업가치 1조 원을 넘겼다. 유니콘이라는 단어가 '희귀한 존재'를 뜻했던 건 이제 옛말이다.
매달 쏟아지는 유니콘들
TechCrunch가 Crunchbase와 PitchBook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적한 결과, 1월과 2월에만 무려 30여 개의 VC 지원 스타트업이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속도다. 과거엔 한 해에 손에 꼽힐 만큼만 등장하던 유니콘이, 이제는 달력 한 장이 넘어가기도 전에 수십 개씩 생겨나고 있다.
이 중 가장 큰 기업가치를 기록한 건 Apptronik이다. 2016년 설립된 이 휴머노이드 로보틱스 회사는 Series A에서만 9,350억 원을 조달하며 기업가치 5조 3,000억 원을 찍었다. 단일 라운드 기준으로는 이번 리스트에서 단연 최대 규모다.
Palmer Luckey(오큘러스 창업자)가 2025년에 설립한 Erebor Bank도 주목할 만하다. 크립토 기업 전문 은행을 표방하는 이 회사는 시드 라운드에서만 6,350억 원을 모아 기업가치 4조 원을 달성했다. 은행업이라는 전통적 산업에 크립토와 VC 자금이 결합한 형태다.
AI 분야에서도 흥미로운 이름들이 눈에 띈다. 2025년 설립된 Flapping Airplanes는 창업 1년도 안 돼 시드 라운드 1,800억 원으로 기업가치 1조 5,000억 원을 인정받았다. AI 연구소라는 것 외에 구체적인 제품 정보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나온 숫자다. Humans&는 인간과 협업하는 AI를 연구한다는 미션 하나로 시드 라운드 4,800억 원, 기업가치 4조 5,000억 원을 기록했다.
AI만의 파티가 아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리스트가 AI 일색이 아니라는 것이다. Midi Health(폐경기 여성 원격진료), Iterative Health(소화기 의학 연구), Pomelo Care(가상 산부인과), Talkitary(정신건강 서비스), Garner(환자-의사 매칭), Solace(헬스케어 마켓플레이스)까지 헬스케어 유니콘만 6개다.
에너지 분야도 있다. Lunar Energy는 가정용 에너지 저장 배터리를 만드는 회사로, 기후 테크 투자 열기가 아직 식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크립토 관련 기업도 TRM Labs, Rain, Alpaca, Erebor Bank 등 4개나 포함됐다.
건설 현장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Bedrock Robotics는 2024년에 설립됐음에도 기업가치 1조 8,000억 원을 달성했다. 전직 Waymo 직원이 창업한 이 회사는 AI를 굴착기와 크레인에 접목한다.
한국 투자자와 창업자에게 묻다
이 리스트를 한국의 시각으로 보면 몇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첫째, 한국의 헬스케어 규제 환경이다. 원격진료, 정신건강 플랫폼, 처방 관리 서비스 등이 미국에서 줄줄이 유니콘이 되는 동안, 한국은 원격진료 규제 완화를 두고 수년째 논쟁 중이다. Midi Health나 Talkitary 같은 모델이 한국에서 가능한 조건이 만들어지는 데 얼마나 걸릴까.
둘째, 시드 라운드의 규모 인플레이션이다. Erebor Bank의 시드가 6,350억 원, Humans&의 시드가 4,800억 원이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시드 라운드 평균이 수십억 원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같은 단어를 쓰고 있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글로벌 자금이 특정 내러티브에 얼마나 빠르게 쏠리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셋째, 삼성, 현대, 네이버, 카카오 같은 국내 대기업의 대응이다. Bedrock Robotics(건설 자율화), ZaiNar(물류 위치 추적), Tulip(스마트 팩토리)처럼 제조·물류 현장을 겨냥한 스타트업들이 빠르게 성장하는 건 현대건설이나 삼성SDS 같은 기업에도 직접적인 경쟁 압력이 될 수 있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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