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약 먹는 3천만 명, 손목밴드 하나면 끝날까
24시간 혈압 측정 가능한 Aktiia Hilo 밴드가 미국 출시를 앞두고 있다. 기존 혈압계의 불편함을 해결할 혁신인가, 또 다른 웨어러블 기기인가.
잠들어 있을 때도 혈압을 잰다고?
전 세계 30억 명이 고혈압을 앓고 있다. 한국만 해도 1,200만 명이 혈압약을 복용한다. 그런데 정작 혈압을 제대로 측정하는 건 쉽지 않다. 30분간 안정을 취하고, 팔에 커프를 감고, 꽉 조이는 압박감을 견뎌야 한다. 특히 수면 중 혈압 변화는 심혈관 질환의 핵심 지표인데, 잠들어 있는 사람의 팔을 계속 조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스위스 헬스테크 기업 Aktiia가 내놓은 답이 흥미롭다. 하루 25회까지 혈압을 측정하는 손목밴드 'Hilo'다. 커프 없이, 잠들어 있을 때도, 일상생활 중에도 혈압을 잰다. 2025년 7월 FDA 승인을 받았고, 올해 말 미국 출시를 앞두고 있다.
빛으로 혈압을 측정한다
Hilo의 원리는 의외로 단순하다. 기존 피트니스 트래커에 들어있는 광학 센서(PPG)로 손목 동맥의 맥박 파형을 분석해 혈압을 계산한다. 기존 혈압계처럼 혈류를 차단할 필요가 없다.
물론 정확도 확보를 위한 장치는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전용 커프로 보정(캘리브레이션)해야 한다. 타사 혈압계는 사용할 수 없다. Aktiia만의 알고리즘 정확도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실제 사용자 리뷰를 보면 흥미로운 점들이 드러난다. "이메일 하나 잘못 읽으면 혈압이 튀더라"는 사용자의 말처럼, 일상 속 스트레스가 혈압에 미치는 실시간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진 vs 환자: 서로 다른 기대
의료진의 반응은 조심스럽다. 대한고혈압학회 관계자는 "연속 혈압 모니터링 자체는 의미 있지만, 일반인이 하루 종일 혈압 수치를 보며 불안해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한국인의 '수치 강박'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반면 고혈압 환자들의 기대는 크다. "병원에서만 재면 정상인데, 집에서 재면 높게 나온다"는 '백의고혈압' 환자들에게는 24시간 모니터링이 절실하다. 현재 24시간 혈압 측정은 대학병원에서 하루 입원해야 가능한 검사다.
한국 시장, 기회인가 장벽인가
한국 출시 시기는 아직 미정이다. 식약처 승인 절차와 건강보험 적용 여부가 관건이다. 가격도 변수다. 미국에서 1년 구독 포함 약 50만원 선으로 예상되는데, 한국 소비자들이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국내 웨어러블 시장에 미칠 파장도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워치에서 혈압 측정 기능을 제공하지만, 정기적인 커프 보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Hilo와 비슷하다. LG전자와 각종 스타트업들도 헬스케어 웨어러블에 투자하고 있어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더 큰 그림에서 보면, 이는 '예방 중심 의료'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보여준다. 아프면 병원 가는 것에서, 아프기 전에 미리 관리하는 방향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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