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비 애니메이트, 30년 역사 마감... 창작자들은 어디로?
어도비가 애니메이트 판매 중단을 발표했다. 플래시 시대를 이끈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의 종료가 창작자들과 교육 현장에 미칠 파장은?
30년 역사를 가진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가 사라진다. 어도비가 애니메이트(Animate) 판매를 3월 1일부터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어도비는 공식 FAQ를 통해 "사용자의 요구를 더 잘 충족하는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했다"며 판매 중단 이유를 밝혔다. 기존 사용자들은 2027년 3월 1일(기업 고객은 2029년 3월 1일)까지 파일에 접근하고 다운로드할 수 있다. 이후에는 모든 파일이 사라진다.
플래시에서 시작된 30년 여정
애니메이트의 뿌리는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퓨처웨이브 소프트웨어(FutureWave Software)가 벡터 그래픽 애플리케이션으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나중에 매크로미디어를 거쳐 어도비에 인수되면서 플래시(Flash)라는 이름으로 웹 애니메이션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2000년대 초중반, 인터넷에서 움직이는 광고나 게임을 본 적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플래시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웹 브라우저에서 직접 실행되는 애니메이션과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도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이 2010년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플래시 지원을 거부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스티브 잡스는 "플래시는 모바일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선언했고, 이는 플래시의 몰락을 가속화했다.
교육 현장의 혼란 예상
애니메이트 종료가 가장 큰 타격을 줄 곳은 교육 현장이다. 국내 대학의 멀티미디어학과, 애니메이션학과에서는 여전히 애니메이트를 기초 애니메이션 교육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진입장벽이 낮아 초보자들이 애니메이션 원리를 배우기에 적합했기 때문이다.
한 애니메이션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처음 애니메이션을 배울 때 사용하던 도구가 사라지면, 커리큘럼 전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애프터 이펙트나 프리미어 프로 같은 전문 도구들은 학습 곡선이 가파르고 비용도 높아 대안으로 삼기 어렵다는 것이다.
창작자들의 선택지
어도비는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시장에는 여러 옵션이 존재한다. 투닥(Toon Boom), 드래곤본즈(DragonBones), 오픈소스인 블렌더(Blender)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각각 장단점이 다르다.
투닥은 전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사용하는 수준의 기능을 제공하지만 가격이 비싸다. 드래곤본즈는 2D 골격 애니메이션에 특화되어 있어 용도가 제한적이다. 블렌더는 무료지만 3D 중심이라 2D 애니메이션 작업에는 복잡하다.
국내 웹툰 작가 중 한 명은 "애니메이트로 웹툰에 들어갈 간단한 움직임을 만들었는데, 이제 다른 도구를 배워야 한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변화
애니메이트 종료는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변화를 보여준다. 어도비는 최근 몇 년간 인공지능 기반 기능에 집중하고 있다. 포토샵의 생성형 채우기, 프리미어 프로의 자동 편집 기능 등이 대표적이다.
상대적으로 사용자 수가 적고 수익성이 낮은 애니메이트를 정리하고, 핵심 제품군에 리소스를 집중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실제로 어도비의 2023년 매출 중 애니메이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런 결정이 창작 도구의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대형 기술 기업들이 수익성 위주로 제품을 관리하면, 틈새 시장의 창작자들은 설 자리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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