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머 총리의 베이징 방문, 트럼프 시대 영중관계의 시험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6년 만에 중국을 공식 방문한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맞물린 이번 방문이 영중 관계와 글로벌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다.
영국 총리가 베이징을 찾는 것은 6년 만이다. 키어 스타머 총리의 이번 중국 방문(1월 30일~2월 1일)은 단순한 외교 일정이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맞물린 글로벌 파워게임의 축소판이다.
6년간의 공백이 말하는 것
2018년 테레사 메이 총리 이후 영국 총리의 중국 공식 방문이 중단된 배경에는 복잡한 지정학적 변화가 있다. 홍콩 민주화 시위,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 화웨이 5G 장비 배제,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까지. 영중 관계는 '황금시대'에서 '전략적 경쟁' 관계로 급속히 변했다.
하지만 숫자는 현실을 말한다. 중국은 여전히 영국의 4번째 교역 상대국이며, 양국 교역액은 연간 1000억 달러를 넘는다. 영국 대학들에게 중국 유학생들이 가져다주는 경제적 가치는 연간 60억 파운드에 달한다.
스타머 총리는 출발 전 "중국과의 관계에서 실용적이고 진지하며 일관된 접근"을 강조했다. 이는 이전 보수당 정부의 대중 강경 노선과는 다른 신호다.
트럼프 변수의 등장
스타머의 베이징 방문 타이밍은 우연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 주부터 중국에 60% 관세 부과를 재차 위협하며 무역전쟁 재개를 시사한 상황에서, 영국은 독자적인 대중국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문제는 영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영국은 NATO 회원국이자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지만, 동시에 경제적으로는 중국과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다. 특히 브렉시트 이후 새로운 교역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중국 시장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도 최근 중국을 방문했고,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대중국 관계 개선에 적극적이다. 유럽 주요국들이 미국의 대중 압박과는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
스타머의 중국 방문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역시 미중 갈등의 한복판에서 비슷한 딜레마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지만, 사드 배치 갈등이나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입장 차이는 양국 관계의 복잡성을 보여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와 중국 시장 접근 필요성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영국의 사례는 중견국이 강대국 갈등 속에서 어떻게 실용적 외교를 펼칠 수 있는지에 대한 참고점이 될 수 있다.
경제 실용주의 vs 가치 외교
스타머 정부의 대중국 접근법은 '경제 실용주의'로 요약된다.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기후변화 대응이나 글로벌 경제 안정을 위해서는 중국과의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이번 방문에서 양국은 금융 서비스, 교육, 기후 기술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를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영국의 금융 전문성과 중국의 거대한 자본 시장을 연결하는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비판도 만만치 않다. 영국 내 보수당과 일부 언론은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허용하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미국 의회 일각에서도 영국의 대중 접근에 대한 견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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