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힘의 외교', 아시아는 다음 타깃인가?
베네수엘라와 이란에 이은 트럼프의 군사 작전. 미국의 일방적 개입 패턴이 아시아에 던지는 경고 신호를 분석한다.
2월 28일, 미 해군 구축함이 베네수엘라 작전을 지원하며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했다. 같은 달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하고, 이란 호위함이 스리랑카 연안에서 미군 어뢰에 침몰당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힘의 외교'가 본격화되고 있다.
변하지 않는 미국의 DNA
트럼프가 전임자들과 다르다는 평가가 많다. 동맹 경시, 국제규범 무시, 가치 중심 외교 포기 등이 그 근거다. 하지만 냉전 이후 모든 미국 대통령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국제질서에서의 패권 유지와 이를 위한 규칙 굽히기다.
조지 W. 부시의 '자발적 연합체', 빌 클린턴과 바락 오바마, 조 바이든의 자유주의적 국제주의, 그리고 트럼프의 거래적 외교. 포장은 달랐지만 본질은 같았다. 캐나다 총리 마크 카니가 다보스에서 지적했듯, 미국 주도 국제질서는 '기분 좋은 허구'였다. 강대국은 편할 때만 규칙을 따르고, 국제법은 가해자와 피해자에 따라 다르게 적용됐다.
트럼프는 이런 위선을 버렸을 뿐이다. 국제법 준수라는 명분도, 의회 견제나 유엔 승인 같은 제약도 없다.
정권교체, 미국의 숙명
냉전 종료 후 미국의 또 다른 일관된 패턴은 정권교체에 대한 충동이다. 매번 새 행정부는 전임자의 '인도주의적 개입'과 '끝없는 전쟁'을 비판한다. 하지만 결국 같은 함정에 빠진다.
1990년 쿠웨이트 침공 저지, 1990년대 발칸반도와 소말리아 개입, 2001년 아프가니스탄 침공, 2003년 이라크 전쟁. 명분은 달랐지만 결과는 같았다. 지금 트럼프가 니콜라스 마두로 체포와 알리 하메네이 제거를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베네수엘라도 이란도 미국에 직접적 위협이 되지 않는데도 말이다.
흥미롭게도 중국과 인도 같은 신흥 강대국은 정반대다. 주변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긴 하지만, 개입보다는 방관을 선택한다. 그래서 '소극적'이라거나 '무임승차'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아시아, 안전지대는 없다
최근 이란 호위함 격침 사건은 상징적이다. 이 함정은 인도와의 다자간 해군훈련에 참가한 직후 스리랑카 연안에서 침몰했다. 인도 코앞에서 벌어진 미군의 공격에 나렌드라 모디 정부는 침묵했다. '글로벌 사우스의 목소리'를 자처하는 인도의 한계가 드러난 순간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개발·안보·문명·거버넌스를 아우르는 4대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내세우지만, 핵심 파트너인 베네수엘라와 이란을 지키지 못했다. 글로벌 사우스의 '안전보장 제공자'를 꿈꾸는 두 나라의 신뢰도에 금이 갔다.
아시아 국가들은 안도할 수도 있다. 미국이 중동 불안정과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돈로 독트린'으로 서반구에 집중하느라 아시아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역대 미국 행정부가 '아시아 중심축' 전환에 실패한 것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이는 착각이다. 냉전 시대 미국의 가장 긴 군사개입은 베트남 전쟁이었다. 라틴아메리카와 중동에서 정권을 바꾼 미국이 아시아에서만 선을 그을 이유가 있을까?
기술이 바꾼 전쟁의 방정식
최근 상황은 아시아에 경고음이다. 워싱턴은 상대방의 약점을 포착하는 순간 권력이든 이념이든 가리지 않고 덤벼든다. 정밀타격과 드론 공격 등 기술 발전으로 미군 손실 없는 전쟁이 가능해진 것도 미국의 개입 문턱을 낮췄다.
김정은은 핵무기로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베네수엘라와 이란에서의 '성공'에 고무된 트럼프 행정부는 다를 수 있다. 심지어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 지도부 제거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지만, 트럼프의 위험 감수 성향과 행정부 내 대중 강경파를 고려하면 그 확률이 미세하게나마 높아졌다고 봐야 한다.
미국 입장에서도 중국을 상대로 한 선제공격은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논리가 있다. 시간이 갈수록 군사력 균형이 중국에 유리하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국가나 미국의 동맹국도 안전하지 않다. 트럼프의 그린란드 위협이 이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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