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오가 인도에 간다, 그런데 분위기가 묘하다
미국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가 인도를 4일간 방문한다. 친인도 강경 반중 노선으로 기대를 모았던 그가 왜 지금 불편한 환영을 받고 있는가.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크다. 마르코 루비오가 미국 국무장관으로 인준됐을 때, 뉴델리의 외교가에서는 조용한 환호가 흘렀다.
상원의원 시절부터 친인도·반중 노선의 대표 주자였던 루비오. 그가 미국 외교의 수장이 된다면, 미국과 인도의 관계는 전례 없는 밀월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그가 콜카타, 아그라, 자이푸르, 뉴델리를 순방하는 4일간의 일정으로 인도 땅을 밟는 지금, 분위기는 기대와 사뭇 다르다.
무엇이 기대를 빗나갔나
문제는 루비오 개인이 아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구사하는 외교의 문법 자체가 인도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워싱턴은 최근 파키스탄과의 관계를 조용히 복원하고 있고, 아프가니스탄 문제에서도 인도가 원하는 방향과 다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인도가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지역 지정학에서 미국이 예측 불가능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무역 마찰이 겹쳤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동맹국과 경쟁국을 가리지 않았고, 인도도 예외가 아니었다.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조하면서도 관세 압박을 가하는 이중성은 뉴델리의 신뢰를 갉아먹었다. 인도 입장에서 미국과의 관계는 점점 더 '거래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구조적 교착도 있다. 미국은 인도가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줄이고, 러시아제 무기 체계 의존도를 낮추기를 원한다. 인도는 전략적 자율성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이 간극은 좁혀지기보다 벌어지고 있다.
왜 지금 이 방문인가
타이밍은 우연이 아니다.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의 긴장이 최근 다시 고조됐다. 카슈미르를 둘러싼 양국의 갈등은 언제나 잠재적 뇌관이었고, 미국은 이 지역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임해왔다. 루비오의 방문에는 양국 긴장 완화를 위한 메시지가 담겨 있을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이 방문은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서 인도의 위치를 재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쿼드(Quad) — 미국, 일본, 호주, 인도로 구성된 안보 협의체 — 는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핵심 축이다. 워싱턴 입장에서 인도는 대체 불가능한 파트너다. 인구 14억, 세계 5위 경제 대국, 그리고 중국과 3,488km의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
그러나 인도 역시 협상 카드가 있다는 것을 안다. 인도는 미국의 요청에 일방적으로 응하기보다, 자국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관계를 관리해왔다. 모디 총리의 외교 기조는 '전략적 자율성'이다. 미국과도, 러시아와도, 중국과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실리를 챙기는 방식이다.
서로 다른 시선들
인도 내에서도 이번 방문을 바라보는 시각은 갈린다. 안보 전문가들은 루비오의 방문 자체를 미국이 인도를 여전히 중요하게 여긴다는 신호로 읽는다. 반면 경제 관료들은 관세 문제에서 실질적인 양보를 얻어낼 수 있을지에 더 관심이 많다.
파키스탄의 시각은 다르다. 미국이 인도와 밀착할수록, 이슬라마바드는 중국 쪽으로 더 기운다. 미국의 남아시아 전략은 인도를 끌어안으면서 동시에 파키스탄을 잃지 않으려는 이중 게임인데, 이것이 인도의 불신을 키우는 역설을 낳는다.
중국은 이 방문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루비오는 상원의원 시절부터 중국에 가장 강경한 목소리를 내온 인물이다. 그의 인도 방문이 어떤 공동 성명으로 이어지는지, 특히 남중국해나 대만 문제에서 인도가 얼마나 미국 편에 서는지를 베이징은 면밀히 살펴볼 것이다.
한국의 입장에서도 이 구도는 무관하지 않다. 미국이 인도와의 관계를 어떻게 조율하느냐는 인도·태평양 전략 전체의 모양새를 결정하고, 한국은 그 전략의 또 다른 핵심 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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