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만으로 세계를 바꿀 수 있을까
엔진 없는 범선으로 와인을 운송하는 실험을 통해 본 친환경 해운의 가능성과 한계. 전 세계 탄소 배출량 3%를 차지하는 해운업의 미래는?
코펜하겐 항구에 정박한 트레스 옴브레스(Tres Hombres)호는 범상치 않은 배다. 엔진이 없다. 오직 바람의 힘으로만 움직이며, 스페인에서 가져온 베르무트와 와인을 싣고 있다. 이 배는 연간 수십조원의 수익을 올리며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를 차지하는 거대한 해운업에 던지는 작은 도전장이다.
바람으로만 움직이는 화물선의 실험
트레스 옴브레스는 네덜란드 회사가 소유한 46미터 길이의 범선이다. 2007년 델프트에서 썩어가던 낡은 배를 발견한 세 남자가 복원한 이 배는 이제 대서양을 가로지르며 특별한 화물을 운송한다. 도미니카의 커피, 라틴아메리카의 카카오, 프랑스와 스페인의 와인, 카리브해의 럼.
배에 승선한 기자가 목격한 것은 현대 해운업의 축소판이었다. 코펜하겐의 한 와인바 사장은 베르무트 한 병당 1유로 더 비싼 운송비를 기꺼이 지불했다. 고객들도 친환경 운송에 대한 작은 프리미엄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 배가 실을 수 있는 화물은 현대 컨테이너선의 2만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승무원들의 일상은 현대인이 잃어버린 것들을 보여준다. 인터넷도, 정해진 스케줄도 없다. 바람이 멈추면 배도 멈춘다. "증기선은 시간을 지키지만, 범선은 시간을 만든다"는 옛말처럼, 이들은 자연의 리듬에 맞춰 살아간다.
해운업의 숨겨진 민낯
전 세계 해운업이 하나의 국가라면 탄소 배출량 6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산업의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상위 10개 해운사가 전체 수익의 93%를 독점하면서도 평균 9.7%의 법인세만 낸다. 글로벌 평균 21%와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덴마크의 머스크는 500억 달러 수익에 5%의 세금만 냈고, 독일의 하팍 로이드는 300억 달러 수익에 1.4%만 냈다. 반면 중국의 코스코는 24%의 세율로 전 세계 해운 세금의 절반을 혼자 부담했다.
이런 불공정한 구조 속에서 선원들의 처우는 더욱 열악하다. 2024년 볼티모어에서 화물선이 다리를 들이받았을 때, 대부분 인도인이었던 승무원들은 사고 현장을 떠날 수도, 미국에 입국할 수도 없이 발목이 묶였다.
친환경 해운의 딜레마
트레스 옴브레스 같은 실험이 늘고 있다. 독일의 팀버코스트, 프랑스의 테레 엑조티크 등이 범선 화물 운송에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코스타리카의 세일카고는 자금난으로 건조를 중단했고, 네덜란드의 에코클리퍼는 파산했다.
2024년에는 콜롬비아에서 유럽으로 커피와 카카오를 운송하던 범선 데 갈란트가 바하마 근처에서 돌풍을 맞아 전복되면서 승무원 2명이 숨지기도 했다. 적은 인원으로는 갑작스러운 기상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드러났다.
진짜 문제는 정치적 의지의 부재다. 유가가 오르거나 탄소세가 부과되면 친환경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지만, 그렇지 않으면 기존 방식을 고수한다. 1973년 오일쇼크 때 연 끌기 기술 같은 혁신이 나왔지만, 1990년대 유가가 떨어지자 다시 대형화 경쟁으로 돌아갔다.
에너지 전환의 역설
북해를 지나며 목격한 풍경은 에너지 전환의 복잡한 현실을 보여준다.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단지 옆에는 여전히 석유 시추선이 돌아가고 있다. 프랑스 작가 장 바티스트 프레소의 지적처럼, 우리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게 아니라 재생에너지를 추가하고 있을 뿐이다.
석탄 시대에도 목재 사용량은 줄지 않았다. 광산의 갱도를 지탱할 목재가 더 필요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풍력발전소는 광산에 전력을 공급하고, 화물선에는 조명용 소형 풍력발전기가 달렸지만 엔진은 여전히 화석연료로 돌아간다.
코로나19 때 원유 가격이 0달러까지 떨어지자 미국 정부는 150억 달러를 석유업계에 지원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전쟁과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풍력업계에는 비슷한 지원이 없었다. 2023년 영국의 해상풍력 입찰에는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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