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중국 찾은 영국 총리, '황금시대' 복원할까
스타머 총리가 8년 만에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회담했다. 악화된 중영 관계 복원을 위한 첫걸음일까, 아니면 정치적 제스처에 그칠까?
8년. 영국 총리가 중국을 방문하지 않은 기간이다. 키어 스타머 총리가 29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며 이 공백을 메우려 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복잡한 국제 환경 속에서 중국과 영국은 대화를 심화하고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구축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멀어진 두 나라, 다시 가까워질 수 있을까
스타머 총리는 "영국 지도자가 중국을 방문하지 않은 기간이 너무 길었다"며 중국을 "세계 무대의 핵심 플레이어"라고 표현했다. 그는 양국 간 무역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글로벌 성장과 안정을 위해 베이징과의 관계 발전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다. 보수당 집권 시절 "황금시대"를 표방했던 중영 관계는 홍콩 시위, 신장 위구르족 인권 문제, 코로나19 기원 논란 등을 거치며 급속히 냉각됐다. 테리사 메이 총리가 2018년 중국을 마지막으로 방문한 이후, 양국 관계는 사실상 표류해왔다.
영국은 그동안 화웨이 5G 장비 배제, 홍콩 관련 중국 관리들에 대한 제재, 대만 문제에서의 미국 지지 등으로 베이징의 반발을 샀다. 중국 역시 영국의 "내정간섭"이라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경제적 현실 vs 가치 외교의 딜레마
스타머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는 이유는 명확하다. 중국은 영국의 4위 교역 상대국이며, 양국 간 연간 교역액은 1000억 달러를 넘는다. 브렉시트 이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영국으로서는 중국 시장을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영국 금융업계는 중국 시장 진출 확대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시티 오브 런던의 금융회사들은 중국의 자본시장 개방 혜택을 받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외교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여기서 딜레마가 시작된다. 영국 내에서는 중국의 인권 문제와 권위주의 체제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크다. 보수당은 물론 스타머 총리 소속 노동당 내에서도 "경제적 이익을 위해 가치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의 시선, 유럽의 고민
스타머 총리의 중국 방문은 국제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미국은 동맹국인 영국이 중국과 너무 가까워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2기가 대중 강경 정책을 예고한 상황에서, 영국의 "독자 행보"가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관심이 집중된다.
유럽연합(EU) 국가들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모두 최근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지만, 미국과의 동맹 관계와 균형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스타머 총리가 이번 방문에서 "실용적 관여(pragmatic engagement)"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가치 중심 외교와 경제적 현실주의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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