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이 바꾼 핵 시대의 전쟁 법칙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러난 핵 위협의 현실과 21세기 전쟁의 새로운 양상. 미국이 배워야 할 4가지 교훈과 한국에 미치는 함의를 분석한다.
2022년 9월, 블라디미르 푸틴이 “모든 무기 체계를 사용할 것”이라며 핵 위협을 가했을 때, 미국 정보당국은 실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동전 던지기” 수준으로 평가했다. 우크라이나군이 하르키우에서 반격에 성공하고 러시아군 전선 붕괴 가능성이 커지자, 푸틴 정권의 생존이 위험해진 상황이었다.
이 순간은 냉전 종료 후 30여 년간 지속된 착각을 깨뜨렸다. 핵무기는 더 이상 정치적으로 “사용 불가능한” 무기가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핵 위협이 현실이며, 21세기 전쟁의 양상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음을 보여준다.
핵 위협은 빈 말이 아니다
리베카 리스너와 존 카위카 워든이 최근 포린어페어스에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이 배워야 할 첫 번째 교훈은 “적국의 핵무기 사용 위험은 실재하며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침공 이후 지속적으로 핵 위협을 가해왔다. 대부분은 허세였지만, 2022년 가을 상황은 달랐다.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성공하면서 러시아군 전선이 무너질 가능성이 커졌고, 이는 크림반도로 향하는 길을 열어 푸틴 체제 자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었다.
당시 윌리엄 번스 CIA 국장은 나중에 “진정한 핵 사용 위험”이 있었다고 공개적으로 확인했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그 가능성을 “동전 던지기” 수준으로 묘사했다. 미국은 러시아에 공개적·비공개적 경고를 보냈고, 중국과 인도에도 모스크바를 만류하도록 요청했다.
이는 북한과 중국에도 적용되는 교훈이다. 김정은은 한반도 분쟁에서 핵무기 사용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신호를 보내왔다. 중국은 핵 선제불사용 정책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만 분쟁에서 패배 위기에 몰릴 경우 이 정책이 유지될지 의문이다.
핵 그림자 아래서도 전쟁은 계속된다
두 번째 교훈은 역설적이다. 핵 위협에도 불구하고 장기간의 파괴적인 재래식 전쟁이 여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압도적인 핵 우위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는 굴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러시아의 주요 전쟁 목표를 거부했다. 우크라이나는 초기 침공을 막아냈고, 주권 독립을 유지했으며, 러시아군에 100만 명 이상의 사상자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장비 손실을 입혔다.
더 놀라운 것은 우크라이나가 점진적으로 작전을 확대해왔다는 점이다. 많은 분석가들이 핵 레드라인으로 여겼던 러시아 내부 목표물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다. 석유·가스 인프라, 물류 허브,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연결하는 케르치 해협 대교, 심지어 러시아의 핵 탑재 가능 전략폭격기까지 공격했다.
이는 핵무기가 강압의 수단으로서 한계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핵 위협만으로는 적국의 의지를 꺾을 수 없다는 교훈이다.
확전 임계점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세 번째 교훈은 확전 임계점이 미리 정해진 것이 아니라 전쟁 과정에서 지속적인 경쟁과 암묵적 협상을 통해 형성된다는 것이다.
전쟁 초기,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서 극도로 신중했다. 독일은 헬멧 5000개 지원도 주저했고, 미국은 하이마스 로켓의 사거리를 제한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레드라인”은 계속 이동했다. 서방은 점차 더 강력한 무기를 제공했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영토 깊숙이까지 공격 범위를 확대했다.
이는 미래의 분쟁에서 초기 자제가 반드시 지속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확전 관리는 고정된 규칙이 아니라 동적인 과정이다.
동맹국과의 마찰은 불가피하다
네 번째 교훈은 위험 허용도와 확전 관리를 둘러싼 동맹국·파트너국과의 마찰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내내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 사이에는 지원 수준과 속도를 둘러싼 긴장이 있었다. 일부는 더 적극적인 지원을 원했고, 다른 일부는 확전 위험을 우려했다. 이런 차이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각국은 서로 다른 지리적 위치, 역사적 경험, 국내 정치적 제약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게 이는 특히 중요한 교훈이다. 한반도나 대만 해협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한국은 미국 및 다른 동맹국들과 위험 평가와 대응 수준에서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이런 차이를 미리 인정하고 조율 메커니즘을 준비해야 한다.
한국이 주목해야 할 함의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은 한국에게 직접적인 의미를 갖는다. 북한의 핵 위협이 현실화될 가능성, 장기화될 수 있는 재래식 분쟁, 그리고 미국과의 확전 관리 조율 필요성 등이 모두 한반도 상황과 연결된다.
특히 한국은 사드(THAAD) 배치 과정에서 경험했듯이, 강대국 간 경쟁에서 중간자적 위치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보여주는 것은 이런 상황에서 명확한 원칙과 유연한 전략이 모두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의 방산업체들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면서 얻고 있는 실전 데이터와 기술 발전도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한화시스템, KAI 등 국내 방산업체들의 경험은 미래 분쟁 대비에 활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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