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호르무즈 해협에 등장한다면
영국이 우크라이나의 호르무즈 해협 역할론을 공개 지지했다. 한국 에너지 수입의 70%가 통과하는 이 해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약 70%가 통과하는 해협에, 전쟁 중인 나라가 새로운 역할을 맡겠다고 나섰다.
영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호르무즈 해협 안보에 '유용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침공을 3년 넘게 버텨온 나라가, 이번엔 중동의 핵심 해상 길목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호르무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호르무즈 해협은 폭이 가장 좁은 곳에서 약 33km에 불과하다. 하루 통과 물동량은 전 세계 해상 원유 교역량의 약 20%,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25%에 달한다. 이 좁은 수로가 막히면 한국, 일본,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에너지 공급망이 직격탄을 맞는다.
최근 이 해협의 긴장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이란의 드론·미사일 위협, 후티 반군의 홍해 공격, 그리고 미국과 이란 사이의 핵 협상 교착이 맞물리면서 해협 인근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미국은 걸프 지역에 해군 전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전략적 자원은 분산되어 있다.
이런 맥락에서 영국이 꺼낸 카드가 '우크라이나 역할론'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인지는 아직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다. 드론 기술 지원인지, 정보 공유인지, 아니면 더 직접적인 군사적 관여인지—그 윤곽은 아직 흐릿하다.
왜 하필 지금인가
타이밍이 의미심장하다.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출범한 이후, 미국의 중동 관여 방식은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지속적 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자국의 전략적 가치를 다각도로 증명해야 하는 처지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호르무즈는 단순한 군사 작전 무대가 아니다. 서방 파트너들에게 '우리는 유럽 안보만이 아니라 글로벌 안보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외교적 레버리지다. 실제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흑해 함대를 상대로 드론 공격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해상 비대칭 전력에서 독보적 경험을 쌓았다.
영국 역시 계산이 있다. 브렉시트 이후 글로벌 영향력을 재건하려는 영국에게, 중동 해상 안보 논의에서 주도권을 쥐는 것은 외교적 자산이다. 우크라이나를 통해 실질적 전력을 투사하면서도 직접 개입 비용은 낮출 수 있다.
한국 에너지 안보와의 연결고리
이 뉴스가 한국과 무관하지 않은 이유는 숫자에 있다. 한국은 세계 4위 원유 수입국이다. 사우디아라비아, UAE, 쿠웨이트 등 중동산 원유 의존도는 여전히 60~70% 수준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거나 통항이 제한되면, 국제 유가는 즉각 반응한다. 배럴당 10달러 상승 시 한국의 연간 수입 비용은 수십억 달러 증가한다.
현대오일뱅크,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등 국내 정유사들은 중동산 원유 비중을 줄이려는 노력을 지속해왔지만, 대체 공급처 다변화는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는다. 호르무즈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질수록, 한국 에너지 안보의 취약성은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의 역할이 이 해협을 더 안정시킬까, 아니면 새로운 변수를 추가할까. 이란은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의 적으로 간주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호르무즈 관여가 이란을 자극할 경우, 오히려 해협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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