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가 일본을 제3의 반도체 거점으로 키우는 이유
AI 수요 급증으로 대만·미국 공장만으론 부족해진 TSMC가 일본에서 고급 칩 생산을 확대하는 배경과 한국 반도체 산업에 미칠 파급효과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 TSMC가 일본을 자신의 세 번째 핵심 생산 거점으로 육성하고 있다. AI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기존 대만과 미국 공장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구마모토에서 벌어지는 반도체 대전환
TSMC는 일본 구마모토현 제2공장에서 더욱 고도화된 AI용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현재 건설 중인 이 공장은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기존 제1공장보다 한층 앞선 공정 기술을 도입할 예정이다.
크레인과 파일 드라이버가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구마모토 현장은 글로벌 반도체 지형 변화의 상징이다. TSMC는 이미 총 560억 달러라는 기록적인 설비투자를 2026년에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이 중 상당 부분이 일본 투자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왜 하필 일본인가
TSMC의 일본 투자 확대에는 세 가지 전략적 이유가 있다.
첫째, 지정학적 리스크 분산이다. 대만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면서 TSMC는 생산 기지를 다변화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일본은 대만과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정치적으로는 안정적인 대안이다.
둘째, 일본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이다. 일본은 반도체 자립을 위해 TSMC 구마모토 공장에 수조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미국보다도 훨씬 관대한 조건이다.
셋째, 소재·장비 생태계의 완성이다. 신에츠화학, 도쿄일렉트론 등 일본의 반도체 소재·장비 기업들이 구마모토 주변에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어 효율성이 극대화된다.
한국 반도체 업계, 긴장할 시점
TSMC의 일본 거점 강화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직면했다. TSMC가 일본에서도 최첨단 AI 반도체를 양산하게 되면, 글로벌 고객사들의 선택권이 더욱 다양해진다. 특히 일본 고객사인 소니, 닌텐도 등은 자국 내 생산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한국의 반도체 소재·장비 기업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SK머티리얼즈, 원익IPS 등이 일본 공급망에 진입할 수 있다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글로벌 반도체 지도가 바뀐다
TSMC의 일본 투자는 단순한 공장 증설을 넘어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의 재편을 의미한다. 그동안 대만에 집중됐던 최첨단 반도체 생산이 미국, 일본으로 분산되면서 '반도체 삼각체제'가 형성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AI 시대의 반도체 수요가 얼마나 폭발적인지를 보여준다. TSMC조차 기존 생산 능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주문이 밀려들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반도체 스타트업 라피더스도 10억 달러 이상의 민간 투자를 유치하며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IBM까지 합류를 검토하고 있어 일본의 반도체 부활 의지가 확고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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