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파키스탄 특사 파견 전격 취소
트럼프 대통령이 스티브 위트코프와 재러드 쿠슈너의 파키스탄 파견을 돌연 취소했다. 인도-파키스탄 긴장이 고조되는 시점, 미국의 중재 의지는 어디로 갔는가?
협상 테이블이 차려졌다가, 아무도 앉지 않고 떠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핵심 외교 채널인 스티브 위트코프와 재러드 쿠슈너를 파키스탄에 보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협상과 중동 중재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비공식 외교관' 역할을 해온 인물들이다. 파키스탄 파견이 논의되던 시점에 이 결정이 나왔다는 점에서, 단순한 일정 변경이 아닌 외교적 신호로 읽힌다.
왜 지금, 왜 파키스탄인가
배경을 이해하려면 인도-파키스탄 관계를 봐야 한다. 2025년 4월, 인도령 카슈미르 팔가암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으로 민간인 26명이 사망했다. 인도는 즉각 파키스탄 연계 무장세력을 배후로 지목했고, 양국 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됐다. 인도는 외교관을 추방하고, 파키스탄과의 수자원 조약을 일시 중단했으며, 국경 봉쇄 조치까지 단행했다.
핵 보유국 두 나라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자, 국제사회의 시선이 미국으로 쏠렸다. 워싱턴이 중재에 나설 것인가. 그 기대 속에서 위트코프·쿠슈너의 파키스탄 방문이 거론됐던 것이다.
트럼프의 취소 선언은 그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중재자 미국'의 빈자리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스타일은 전통적인 국무부 채널보다 신뢰할 수 있는 개인 네트워크를 선호한다. 위트코프는 가자 휴전 협상을, 쿠슈너는 아브라함 협정을 주도한 인물이다. 이들의 파견은 단순한 '방문'이 아니라 트럼프의 직접적인 관심을 의미하는 신호였다.
그 신호가 사라졌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남아시아 위기를 최우선 외교 과제로 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중동, 우크라이나, 그리고 미-중 무역 전쟁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파키스탄은 순위에서 밀렸다.
파키스탄 입장에서는 이중의 타격이다. 외부 중재자의 부재는 인도와의 협상에서 파키스탄의 레버리지를 약화시킨다. 미국이 인도 편을 드는 것은 아니지만, 관심을 거두는 것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다.
이해관계자들의 셈법
인도는 이번 결정을 환영할 가능성이 높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외부 세력의 카슈미르 개입을 '내정 간섭'으로 규정해왔다. 미국 특사가 파키스탄을 방문한다는 것 자체가 파키스탄의 입장을 정당화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발을 빼는 것은 인도에게 나쁜 소식이 아니다.
반면 파키스탄은 경제적으로도 외교적으로도 취약한 상황이다. IMF 구제금융에 의존하고 있는 파키스탄 경제는 지정학적 불안정에 극도로 민감하다. 미국의 외면은 서방 자본시장에서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은 조용히 이 공백을 주목하고 있을 것이다. 베이징은 파키스탄의 최대 투자국이자 전략적 동맹이다. 미국이 빠진 자리에서 중국이 중재자 역할을 자처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한국의 관점에서 이 사건은 다소 먼 이야기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삼성, 현대, LG 등 한국 기업들이 파키스탄에 진출해 있고, 남아시아 공급망 불안정은 원자재 가격과 물류 비용에 영향을 미친다. 핵 보유국 간 긴장은 글로벌 투자 심리에도 파문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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