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중동 도박, 당신의 주유비가 말해줄 것
트럼프가 중동에서 벌이는 정책 실험이 유가와 글로벌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를 분석한다. 한국 기업과 소비자에게 어떤 의미일까?
주유소에서 기름값을 확인하는 순간이 곧 트럼프 중동 정책의 성적표가 될 것이다. 2025년 취임 이후 트럼프는 중동에서 전례 없는 정책 실험을 시작했다. 이란 제재 강화, 사우디와의 핵 협력 확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최종 해법' 추진까지. 하지만 이 모든 도박의 결과는 결국 유가로 귀결된다.
트럼프의 3중 베팅
트럼프 행정부는 중동에서 세 가지 카드를 동시에 꺼내들었다. 첫째,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 정책 부활이다. 2018년 핵 협정 탈퇴 당시보다 더 강력한 제재를 예고했다. 이란 원유 수출량은 이미 일일 100만 배럴 아래로 떨어진 상태다.
둘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민간 핵에너지 협력 확대다. 트럼프는 사우디의 2조 달러 규모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미국 기업들의 대거 참여를 약속했다. 대신 사우디는 중국과의 에너지 거래에서 달러 결제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셋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최종 해결책'이다. 트럼프는 아브라함 협정을 확대해 사우디까지 포함하는 중동 대연합을 구상하고 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문제가 여전히 걸림돌이다.
유가라는 진실의 순간
문제는 이 세 정책이 모두 유가에 상반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이란 제재는 공급 부족으로 유가 상승 압력을 만든다. 반면 사우디와의 협력 강화는 증산 여력을 늘려 유가 안정에 기여한다. 중동 평화는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을 줄여 유가 하락 요인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란 제재 강화 시 유가가 배럴당 10-15달러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사우디가 여분 생산능력 일일 200만 배럴을 모두 가동하면 상승폭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한국으로서는 복잡한 계산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이란산 원유 수입을 이미 2018년 이후 중단한 상태다. 대신 사우디산 비중이 전체 수입의 30%까지 늘었다. 유가 상승 시 SK에너지, S-Oil 같은 정유사들은 재고 평가익을 볼 수 있지만, 소비자 부담은 커진다.
승자와 패자의 지도
트럼프의 중동 정책이 성공하면 미국 셰일 업체들이 최대 수혜자가 된다. 유가 상승으로 채산성이 개선되고, 이란 원유 공백을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엑슨모빌, 셰브론 같은 메이저들도 사우디 프로젝트 참여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는다.
하지만 실패 시 파급효과는 더 클 수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하는 순간,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볼 수 있다. 글로벌 원유 물동량의 21%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한국 입장에서는 에너지 안보와 경제적 부담 사이의 딜레마다. 중동 의존도를 줄이려면 미국산 셰일오일 수입을 늘려야 하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다. 러시아산은 제재로 어렵고, 노르웨이산은 물량이 한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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