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아프간 발언, 영국 총리가 '모욕적'이라 일축한 이유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간 전쟁에서 유럽군이 '전선에서 물러나 있었다'고 발언해 영국 총리가 강력 반발. 457명의 영국군 전사자를 둘러싼 외교 갈등의 진실.
457명.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영국군의 숫자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군이 "전선에서 조금 물러나 있었다"고 말하자,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즉각 "모욕적이고 끔찍하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다보스에서 터진 외교 갈등
지난 21일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프간 전쟁 당시 유럽 동맹국들이 "전선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다"고 발언했다. 이 말이 알려지자 스타머 총리는 24일 "만약 내가 그런 식으로 잘못 말했다면 분명히 사과했을 것"이라며 트럼프의 사과를 요구했다.
트럼프는 토요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 발 물러섰다. "영국의 위대하고 매우 용감한 군인들은 항상 미국과 함께할 것이다! 이는 결코 깨질 수 없을 만큼 강한 유대다"라고 썼다. 직접적인 사과는 아니었지만, 하루 전 발언과는 확연히 다른 톤이었다.
숫자로 보는 동맹국의 희생
트럼프의 발언이 왜 이렇게 큰 파장을 일으켰을까? 아프간 전쟁은 미국만의 전쟁이 아니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NATO 집단방위조항 제5조가 역사상 처음 발동되면서, 수십 개국이 함께 참전했다.
영국은 457명의 군인을 잃었고, 캐나다는 150명 이상, 프랑스는 90명, 독일·이탈리아·덴마크 등도 수십 명씩 전사자를 냈다. 미국은 2,400명 이상을 잃었다. 브라운대학교 추산에 따르면 아프간 민간인 사망자는 최소 46,319명에 달한다.
이탈리아 총리 조르자 멜로니, 폴란드 총리 도날드 투스크,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도 토요일 트럼프의 발언에 날선 반응을 보였다. 아프간에서 두 차례 복무한 해리 왕자까지 "영국군의 희생은 진실하고 존중받는 방식으로 언급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맹의 딜레마
트럼프의 이번 발언은 단순한 실언이 아니다. 그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관의 연장선에 있다. 첫 번째 임기 때도 그는 NATO 회원국들이 국방비를 충분히 부담하지 않는다며 압박했다. 이번에는 전장에서의 기여도까지 문제 삼은 셈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영국군은 아프간 남부 헬만드 주에서 격전을 치렀고, 독일은 북부에서 20년간 주둔했다. 이들 없이는 미군만으로 아프간 전체를 통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스타머와 트럼프는 토요일 전화통화를 했다. 영국 총리실은 "총리가 아프간에서 나란히 싸운 영국과 미국 군인들의 용맹함을 언급했다"고 발표했다. 외교적 수사 뒤에 숨은 메시지는 명확했다: '우리의 희생을 폄하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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