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이란 공습, 기름값에 불을 붙이다
미국-이스라엘 연합의 이란 공습으로 유가가 급등하며 에너지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드릴 베이비 드릴' 정책의 역설과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을 분석한다.
48시간만에 바뀐 주유소 풍경
지난 토요일 새벽,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연합 공습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48시간 후, 전 세계 주유소에서는 똑같은 장면이 펼쳐졌다. 기름값 표시판의 숫자가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는 모습. 국제 유가는 배럴당 12달러 급등했고, 한국의 휘발유 가격도 리터당 200원 가까이 뛰었다.
이번 공습이 단순한 군사 작전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뒤흔드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란은 세계 4위 산유국이자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석유의 목줄'을 쥐고 있는 나라다. 전 세계 석유 수송량의 21%가 이 좁은 해협을 통과한다.
트럼프의 딜레마: 더 뽑을수록 더 비싸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드릴 베이비 드릴'에 날개를 달아줄 수도 있다. 유가 상승은 미국 셰일오일 업체들에게는 호재다.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서면서 그동안 채산성이 맞지 않았던 유전들도 다시 가동에 들어갈 전망이다.
하지만 여기에 함정이 있다. 미국이 아무리 많은 석유를 뽑아도 국제 유가는 글로벌 수급에 따라 움직인다. 텍사스의 셰일오일이 늘어나도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미국인들도 비싼 기름값을 치러야 한다는 뜻이다.
에너지 분석가 제임스 윌리엄스는 "미국의 에너지 독립은 가격 독립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시장은 여전히 연결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경제에 번지는 충격파
한국에게 이번 사태는 더욱 직접적인 타격이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99.8%인 상황에서 중동 정세 불안은 곧바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특히 한국은 이란산 원유를 직접 수입하지는 않지만, 글로벌 유가 상승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
문제는 유가뿐만이 아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계는 중동 발주 물량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반대로 SK이노베이션, S-Oil 같은 정유업체들은 정제마진 확대로 단기적 수혜를 볼 전망이다.
한국전력은 이미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액화천연가스(LNG) 가격도 덩달아 오르면서 전력 생산 비용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를 검토 중이지만, 이는 재정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시장이 말하는 진짜 우려
금융 시장의 반응은 더욱 극명하다. 안전자산인 금값은 온스당 50달러 급등했고, 달러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갈등의 장기화다.
월스트리트의 한 펀드매니저는 "1979년 이란 혁명 때는 유가가 3배까지 올랐다"며 "지금은 그때보다 대체 에너지원이 많지만, 여전히 석유 의존도가 높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모든 전문가가 비관적인 건 아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략비축유 방출과 재생에너지 확산으로 1970년대 석유 위기 같은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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