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아프간 발언 논란, 영국과의 외교적 갈등으로 번져
트럼프 대통령이 NATO 동맹국들의 아프간 전투 참여를 폄하한 발언으로 영국을 비롯한 유럽 동맹국들과 외교적 마찰을 빚고 있다. 457명의 영국군 전사자를 둘러싼 논란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본다.
457명. 아프가니스탄에서 목숨을 잃은 영국군의 숫자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목요일 다보스에서 NATO 동맹국 군대들이 "최전선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다"고 말했다. 20년간 어깨를 나란히 했던 동맹의 희생을 한 마디로 폄하한 셈이다.
뒤늦은 수습, 하지만 사과는 없었다
트럼프는 토요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의 통화 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입장을 바꿨다. "영국의 위대하고 용감한 군인들은 항상 미국과 함께할 것"이라며 아프간에서 전사하거나 중상을 입은 영국군을 "모든 전사 중 가장 위대한 이들"이라고 칭송했다.
하지만 직접적인 사과나 발언 철회는 없었다. 스타머가 트럼프의 발언을 "모독적이고 솔직히 끔찍하다"고 비판하며 요구했던 것과는 거리가 멀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정부도 토요일 트럼프의 발언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공식 반발했다.
역사가 말하는 진실
2001년 9월 11일 테러 공격 이후, NATO는 역사상 처음으로 집단방위조항을 발동했다. 미국이 공격받으면 모든 회원국이 함께 싸운다는 약속이었다. 실제로 15만 명 이상의 영국군이 아프간에서 복무했고, 이는 미군 다음으로 가장 큰 규모였다.
영국군은 헬만드 주에서 가장 위험한 임무를 맡았다. 탈레반의 본거지나 다름없는 곳에서 457명이 전사하고 수천 명이 부상당했다. "최전선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라는 표현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 보여주는 숫자들이다.
동맹의 균열, 그 이면의 계산
트럼프의 발언은 단순한 실언이 아니다. 그는 NATO 회원국들이 "요청받을 때 미국을 지원할지 확신하지 못한다"고도 말했다. 이는 방위비 분담 압박과 연결된다. 트럼프는 줄곧 유럽 동맹국들이 미국에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아프간 전쟁은 다르다. 미국을 위해 시작된 전쟁에서 동맹국들이 피를 흘렸다. 영국뿐만 아니라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등 40여 개국이 참전했고, 총 1,100명 이상의 비미군 병력이 목숨을 잃었다.
베트남 회피와 아프간 폄하의 아이러니
트럼프 자신은 베트남 전쟁 당시 "발가락 뼈 돌기"를 이유로 징집을 피했다. 그런 그가 실제로 전장에서 목숨을 바친 동맹군을 폄하하는 상황은 많은 이들에게 씁쓸함을 안긴다. 영국 언론은 "용기를 모르는 자가 용기를 판단한다"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스타머 총리실은 토요일 통화에서 "함께 싸우다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용감한 영미 군인들"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우리는 그들의 희생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는 트럼프를 향한 우회적 경고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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